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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를 다시 묻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세월호 1주기를 맞아 사회 전반에 걸쳐 자성의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물음을 되짚어보는 다양한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세월호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 일상의 부조리를 돌아보며, 현재진행형인 세월호와 세월호 이후를 어떻게 통과해 나가야 할지 보듬고 성찰하는 시도들이다.

철학자 이충진 교수(한성대)가 쓴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철학의 물음’(이학사)은 세월호 사건을 꼼꼼하게 되짚어내며 우리가 반드시 숙고하고 긴 호흡으로 대해야 할 문제들을 철학의 눈으로 성찰한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이충진 지음/이학사

무엇보다 저자는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가 가장 처음으로 맞닥뜨린 ‘국가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다시 던진다.

수백명의 목숨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해경,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업체와 관리감독을 방기한 정부 앞에서 국민들은 막연한 신뢰의 보호막이 깨지면서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저자는 “세월호의 짐몰은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에 어울리지 않는 국가“임을 폭로한 것이라며 “세월호 옆의 국가는 무력했고 세월호 앞의 국가는 부자유와 불평등의 원천이었으며 세월호 뒤의 국가는 무심했다”고 지난 세월호 1년을 평가했다. 철학적 용어로 말하면, 대한민국은 홉스가 주장한 국민의 보호기관으로서의 국가, 루소가 생각했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권력도 아니었다는 얘기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정혜신ㆍ진은영 지음/창비

세월호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저자가 택한 접근 방식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당시, 이후를 전방위적으로 돌아보는 것. 저자는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신자유주의자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모든 것이 신자유주의 탓이라고 말해버리면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신자유주의냐 아니냐?’의 양자택일식 질문에서 벗어나 질문은 다양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런 질문이 계속해서 광범위하게 제기됨으로써 대답도 충분히 축적돼야 침몰의 원인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당시를 돌아보는 일은 뼈아프다. 세월호 참사의 출발점이 된 선원들의 행위,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따르다 목숨을 잃고 만 학생들의 행위,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탁상위의 살인자들’의 행위를 돌아보며, 저자는 지금 여기의 우리가 과연 인간다운 인간, 윤리적 인간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저자는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의 야만성도 함께 고발한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세월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저자는 자기 시대를 냉철하게 보려했던 칸트의 눈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무엇보다 세월호 침몰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변화, 일상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성찰을 위해 요구되는 용기를 갖는 것, 이런 것들을 기반으로 해서만 세월호는 지금 여기의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리고 이에 대한 대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1년, 우리 사회는 달라졌는가. 각계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세월호의 희생자들을 오히려 격리시키며 2차, 3차 외상을 계속 주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봄이 왔어도 내내 얼어붙어있는 이들의 마음과 소통하는 길은 따뜻한 한 마디. 이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함께 해결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씨와 시인 진은영 교수가 함께 쓴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창비)는 세월호를 비롯한 쌍용차 사태 등 현재진행형인 우리 사회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를 대담형식으로 담아냈다.

정혜신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마련해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돌보고 있다. 새로운 어법의 시로 주목 받고 있는 진은영 시인 역시 용산 참사 등 문학을 통한 사회적 실천에 앞장서 왔으며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는 ’304 낭독회‘에 참여하는 등 예술을 통한 치유적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두 사람은 트라우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혜신은 세월호 트라우마로 인해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다양한 고통의 양상을 전하면서 이것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재앙임을 강조한다.

둘의 긴 대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트라우마를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분리해서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혜신은 명확한 진상규명이야말로 트라우마 치유의 전제라고 단언하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고려없이 개인의 내면만을 문제삼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들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들의 싸움은 곧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몸부림이란 얘기다.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길은 전문가들의 몫만이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데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치유의 핵심은 스스로 자신의 치유적인 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복잡한 기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일상의 근본적인 요소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치유적 공기와 자극이라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고 눈물을 흘려주는 것과 같은 아주 사소한 행동도 타인에게는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사람 마음을 어떤 순간에 살짝 만지는 것, 별것 아닌데 사람이 휘청이는 것, 그냥 울컥하는 것, 기우뚱하는 어떤 순간, 그것이 바로 치유의 순간입니다.“

아파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세월호를 다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한국사회가 건강하게 이 시간을 건너는 방법에 귀기울일 만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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