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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연한 생’ ’담론의 탄생‘외 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우연한 생(정길연 지음, 은행나무)=장편소설 ‘변명’으로 사랑을 받은 작가 정길연의 8년 만의 신작소설집. 올해로 등단 31주년을 맞은 작가 특유의 명확한 문장과 섬세한 심리묘사가 한층 뚜렷해진 이번 소설집에서는 일그러진 가족, 연인관계를 중심에 둔 7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연민 때문에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희생하는 여성, 속악한 세상의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하는 여성들이 등장한다. 현실에서 상처입은 짐승처럼 힘들어하지만 이 여성들은 무너지지 않는다. 주변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살아가는 일, 버텨내는 일의 고통을 안고 묵묵히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아프면서도 힘을 준다. 


















▶나를 만지지 마라(장-뤽 낭시 지음,이만형ㆍ정과리 옮김, 문학과지성사)=‘나를 만지지 마라’. 예수의 부활 첫날, 막달라 마리아가 그를 알아보고 몸을 잡으려 하자 예수가 한 말이다. 성서의 요한복음에만 등장하는 이 장면에 프랑스 철학자 낭시는 각별히 주목한다. 그는 이 말이 발화되는 방식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모습과 동작, 그리고 이 장면을 그린 숱한 성상화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대조해 이 한마디 말의 문화사적 의미를 밝힌다. 낭시의 해석에 따르면, 예수의 몸이 공기화된 육체, 비물질적인 몸이 되어서 만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나를 만지려면 제대로 만져라. 전유하려고 하지 말고 동일화하려고 하지 말고” 부활한 예수를 만지는 일이 진리에 다가감을 뜻하며 중요한 것은 다가가는 행위, 일상의 실행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담론의 탄생(이광주 지음, 한길사)=서양사학자인 저자가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낸 유럽지성사ㆍ문화사. 그가 오래 천착해온 유럽의 살롱과 카페 문화라는 주제를 그 속에서 꽃핀 자유로운 담론문화의 전통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담론문화의 원형을 저자는 유럽문화, 고대 그리스에서 찾는다. 아고라를 중심으로 한 세련되고 아름다운 언동의 문화는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17,18세기 근대적 살롱과 클럽, 카페문화로 발전한다. 살롱과 클럽은 귀족 가문 출신의 사교적 교양인 오네톰이나 젠틀맨 계층이 시민과 만나 담론을 나누는 자리로 이 속에서 공중이 탄생한 것이다. 독일 멘델스존의 독서협회, 파리의 대중화된 카페문화, 우리의 사랑방 문화까지 두루 보듬어내며 저자는 담론문화가 곧 국가의 품격임을 강조한다. 대화와 소통 단절의 시대에 귀기울일 만한 책이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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