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지지 마라(장-뤽 낭시 지음,이만형ㆍ정과리 옮김, 문학과지성사)=‘나를 만지지 마라’. 예수의 부활 첫날, 막달라 마리아가 그를 알아보고 몸을 잡으려 하자 예수가 한 말이다. 성서의 요한복음에만 등장하는 이 장면에 프랑스 철학자 낭시는 각별히 주목한다. 그는 이 말이 발화되는 방식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모습과 동작, 그리고 이 장면을 그린 숱한 성상화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대조해 이 한마디 말의 문화사적 의미를 밝힌다. 낭시의 해석에 따르면, 예수의 몸이 공기화된 육체, 비물질적인 몸이 되어서 만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나를 만지려면 제대로 만져라. 전유하려고 하지 말고 동일화하려고 하지 말고” 부활한 예수를 만지는 일이 진리에 다가감을 뜻하며 중요한 것은 다가가는 행위, 일상의 실행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담론의 탄생(이광주 지음, 한길사)=서양사학자인 저자가 해박한 지식으로 풀어낸 유럽지성사ㆍ문화사. 그가 오래 천착해온 유럽의 살롱과 카페 문화라는 주제를 그 속에서 꽃핀 자유로운 담론문화의 전통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담론문화의 원형을 저자는 유럽문화, 고대 그리스에서 찾는다. 아고라를 중심으로 한 세련되고 아름다운 언동의 문화는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17,18세기 근대적 살롱과 클럽, 카페문화로 발전한다. 살롱과 클럽은 귀족 가문 출신의 사교적 교양인 오네톰이나 젠틀맨 계층이 시민과 만나 담론을 나누는 자리로 이 속에서 공중이 탄생한 것이다. 독일 멘델스존의 독서협회, 파리의 대중화된 카페문화, 우리의 사랑방 문화까지 두루 보듬어내며 저자는 담론문화가 곧 국가의 품격임을 강조한다. 대화와 소통 단절의 시대에 귀기울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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