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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가 본 마음의 미래는?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지난 2000년 과학자들 사이에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선 컴퓨터사의 창업자 빌 조이가 잡지 ‘와이어드’에 “미래의 로봇은 인간을 밀어내고 먹이사슬의 최고위치를 차지할 것이며, 로봇에 밀려난 인간은 진화노트의 한 페이지에 조그만 주석으로 남게 된다”고 말한 게 발단이 됐다. 찬반양론 속에 뜨거웠던 이 논쟁의 핵심은 로봇 스스로의 진화, 말하자면 의식을 가진 로봇의 출현이다. 이 문제는 2004년 영화 ‘아이로봇’에 의해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로봇 3원칙’에 의해 인간을 결코 해하거나 배신할 수 없는 로봇이 의식을 가진 로봇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는 이미 과학자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끈 이론, 평행우주론 등으로 우주 상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교수는 ‘마음의 미래’(김영사)에서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까의 문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이전에 받았던 명령과 상충된다 해도 로봇은 절대 사람을 해쳐서는 안된다고 처음부터 프로그래밍해야 한다“

카쿠 교수는 뇌과학과 신경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 최신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그의 타고난 분석력을 더해 뇌 속의 여러 층위를 파헤쳐 의식의 미래 지도를 손에 잡힐 듯 그려보인다.

저자는 우선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자세히 설명한 후 뇌과학이 장차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면적이고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여기에는 신비한 영역으로 여겨져온 텔레파시와 염력, 초능력을 포함해 꿈, 자각몽, 마음 조종, 두뇌의 역설계, 임사체험, 외계인의 의식 등 변형된 의식의 세계까지 광범위하다.

로봇 얘기로 돌아가면, 로봇의 진화는 결국 인간정신의 미래로 연결된다. 똑똑해지는 로봇처럼 인간도 강하고 똑똑해지는 방법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만화 주인공처럼 초능력을 발휘하는 세상을 예견하고 있다, 또 두뇌를 뉴런 단위로 낱낱이 쪼개 똑같이 재현하는 것, 즉 의식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저자는 최소단위 뉴런으로부터 뇌를 재구성할 수 있다면, 인간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인간의 정신은 수명이 유한한 육체를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은 ‘물질을 다스리는 정신’이 아니라, ‘물질 없이 존재하는 정신’이다.”

이는 막연한 얘기가 아니다. 2013년 1월 오바마 미 대통령과 유럽연합은 인간의 두뇌연구에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발표했다. 두뇌의 암호를 뉴런 단위까지 완벽히 해독하는 것이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알츠하이머 등의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길이 열리는 건 물론 의식의 비밀을 낱낱이 풀어 헤쳐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게 가능해진다.

카쿠 교수가 들려주는 인간의 궁극의 꿈인 불사를 향한 연구와 가능성의 얘기는 드라마틱하다.

우주의 가장 큰 비밀을 간파하는 데에는 텔레파시나 초인적 능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저 개방적이고 단호하면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마음만 있으면 된다. 특히 공상과학물에 등장하는 환상적인 기계장치들이 정말로 실현 가능한지 알고 싶다면 물리학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상책이다.(‘마음의 미래’ 중)

실물과 같은 로봇을 만들어 뇌의 모든 신경연결망 데이터를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하고 역설계한 두뇌를 인공외골격에 연결해 두뇌를 만드는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카네기멜론대 인공지능연구소의 전 소장 한스 보라벡에 따르면, 미래에는 특정인이 살아있는 동안 그의 마음을 불사의 로봇에게 옮기는 게 가능해진다.

두뇌를 역설계하지 않고 영생을 얻는 방법도 있다. 초소형 나노봇을 만드는 것이다. 노화되거나 고장난 부분을 정기적으로 수리할 수만 있다면 굳이 몸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 문제는 미시계에 작용하는 양자적 힘의 문제를 풀지 못한 게 숙제다.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야기는 여기서 더 뛰어오른다. 앞으로 인간의 의식은 육체에서 벗어나는 데 그치지 않고 순수한 에너지 형태로 존재하며 우주공간을 자유롭게 떠돌아다닐지도 모른다고 카쿠 교수는 전망한다.

순수한 에너지로 존재하는 의식이란 어떤 형태일까. 두뇌의 각 뉴런과 신호전달경로를 똑같이 복제한 커넥톰을 강력한 레이저빔에 실어 뇌의 의식을 달이나 행성, 별을 향해 발사하는 것이다.

레이저빔에는 인간의 의식을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지구에서 발사한 레이저빔이 외계 행성에 도착하려면 몇년에서 몇백년이 걸리겠지만 커넥톰의 입장에서는 순식간이다. 전송 당사자의 의식은 레이저빔 속에 동결돼 있으므로 아무리 긴 시간이 걸려도 정작 본인은 눈깜짝할 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 곳에 이미 건설돼 있는 수신국에서 레이저빔 패턴을 해독해 주 컴퓨터로 전송하고 이 정보를 이용해 의식을 되살린다. 각 행성의 수신소에는 서로게이트 로봇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가 레이저가 도착하면 초인적 육체를 가진 로봇에 연결돼 깨어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한참 후에나 실현되겠지만 이와 관련한 물리학적 개념은 이미 정립돼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과 원숭이의 DNA 차이에서 시작된 600만년 전의 의식의 여행이 너무 멀리까지 간 듯하지만 그동안 신비주의 영역에 남아있던 부분들이 최신 연구성과에 힘입어 명쾌하게 풀린다. 그 명쾌함은 그의 논리의 힘이기도 한데, 그건 다름아닌 “어떤 새로운 기술이 물리법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이를 실현하는데 거의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마음의 미래/미치오 카쿠 지음,박병철 옮김/김영사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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