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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나지 않은 4월의 고통…미술로 마음을 치유하세요
징후3,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시인은 노래했다. 4월은 한국인에게 세월호 참사의 기억이 문신처럼 새겨진 달이다. 아직 애도는 끝나지 않았고, 우연찮게도 미술가에서는 고통과 치유,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형 전시가 잇달아 열렸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빌 비올라’전(~5월 3일)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크 로스코’전(~6월 28일)이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가 한국에 선보인 영상 작품들에는 존재론적 질문들이 가득하다. 인간의 탄생, 죽음, 환생의 이미지가 시간의 느린 재생을 통해 구현됐다. 8분 22초짜리 대형 비디오 설치작품 ‘도치된 탄생(Inverted birth)’은 이러한 메시지를 가장 강렬하게 전한다. 
비올라, Inverted Birth, 비디오ㆍ사운드 설치, 8분22초, 2014
[사진제공=국제갤러리

5m짜리 대형 화면 속에 검은 액체를 뒤집어 쓴 남자가 어둠 속에 서 있다.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빈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내 액체는 서서히 상승한다. 칠흑에서 붉은 피 색깔로, 백색 액체로, 그리고 깨끗한 물로 바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드러운 안개가 남자의 몸을 휘감는다. 정화의 다섯 단계를 거쳐 마침내 새롭게 탄생한다. 테이프를 거꾸로 돌린 듯한 트릭을 통해 물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씻겨 올라가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고통을 통해 구원에 이르는 제의의 경험을 선사한다.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마크 로스코의 작품 50점이 국내에 들어왔다. 워싱턴국립미술관이 리뉴얼에 들어가면서 이례적인 규모의 소장품이 해외 전시를 통해 선보이게 된 것이다.

로스코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시대별 5개 섹션으로 구분했지만, 전시의 백미는 그의 색면추상 작품들이다. 구상적인 이미지를 없앤 직사각형 색면들의 미세한 떨림 앞에서 눈물을 흘린 관객들이 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카타르시스를 불러 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은 그림 앞에서 오랜 시간 머문다. 풍경을 스치듯 느리게 걸으며 감상하는 여타 전시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연인들은 백허그를 한 채 로스코의 색면추상을 감상한다. 미국 휴스턴에 있는 로스코 채플을 재현한 섹션에서는 아예 신발을 벗어놓고 작품 앞에서 기도하듯 꿇어 앉은 관람객들도 보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잔인한 4월, 거장이 내미는 손길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미술이 당신을 치유할 수 있다면….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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