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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김헌식]뇌섹남, 요섹남 어떤 남자를 좋아하십니까?
최근 미디어를 중심으로 두 유형의 남자 이미지가 부각되었다. 하나는 뇌섹남이고, 다른 하나는 요섹남이다. 이전 남성상들이 주로 외모와 분위기에 좌우되었다면, 뇌섹남과 요섹남은 그들의 언행이 매력적인 게 다른 점이다. 둘 모두 기존 남성상들의 한계를 극복하며 등장했지만 갈수록 그 긍정적 가치와 의미는 퇴색되고 있는 듯싶다.

우선 뇌섹남은 흔히 알려졌듯이 ‘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이다. 뇌에 대한 관심이 의학, 심리학 뿐만 아니라 남녀관계, 마케팅, 예술 등에 확산되더니 이제 대중문화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직접 안보고서야 뇌가 섹시한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뇌가 섹시한 남자들은 주로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뇌가 섹시한 지를 드러낸다. 우리는 뇌가 주로 이성과 합리성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지식과 정보를 기억하고, 재구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뇌섹남이라면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다. 그러나 뇌섹남은 지적인 똑똑함을 노골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완전 노출보다 은근한 드러냄이 더 섹시하듯이 말이다. 뇌섹남들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포용하면서도 적절한 상황과 시점에 맞는 지식과 교양을 결합하여 지혜롭고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번뜩이는 혜안을 이끌어내는 능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이러한 점을 뇌섹남이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은 유머와 위트를 통해 지적 능력을 더 가치있게 하며 잘 받아들이게 만든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요섹남은 ‘요리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이다. 본래는 쿡방남(요리 방송 프로그램의 남성 출연자)의 범주에 있었던 남성 캐릭터였다. 뇌섹남과 마찬가지로 예능 방송 프로에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요섹남은 요리를 하는 손짓이나 손놀림 자체가 큰 매력을 준다. 고수는 칼질 하나도 다른데, 그들의 손길 자체가 그들의 내공을 드러내준다. 요섹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비요리사 출신과 다른 하나는 요리사 출신의 요섹남이다. 비요리사 요섹남은 전문 요리사의 실력을 뺨치기도 한다. 연예일지라도 보통 통념상 여성보다 더 요리를 잘하는 남성들의 면모는 그 매력을 더욱 배가시킨다. 또한 기존의 쉐프라 불리던 요리사들은 권위와 신화의 이미지를 벗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무장하고 찾아왔다. 무엇보다 그들의 요리는 일상의 현실, 바로 옆에 존재하고 있다. 특이하거나 경외스런 요리가 아니며,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로 반전의 음식을 척척 만들어낸다. 심지어 냉장고에 처박혀 있는 단순한 재료로 상상불가의 요리들을 선보인다. 두 요섹남들은 모두 빤한 요리 아이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서 놀라운 요리 변신을 보여준다. 단조롭고, 빤한 일상의 현실을 작은 황홀 세계로 만든다.

요컨대 뇌섹남과 요섹남의 긍정성은 외적 스펙과는 관계없이 실력을 통한 내적 매력이 있는 남성이라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뇌섹녀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특히 요섹남은 해외 요리학교 출신인지, 어느 곳에서 근무했는가와 별개로 요리를 잘하면 주목 받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모습은 점차 변질되고 있다.

본래 뇌섹남녀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나 스펙과는 관계없이 내적인 매력을 풍겼지만 많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들은 엉뚱한 조건으로 뇌섹남녀를 호도하고 있다. 출연자들이 명문대학교를 나왔음을 내세우는데, 이제 국내 대학은 부족한 지 해외 대학 출신임을 강조한다. 아이큐가 높고, 수능 성적이 1등이었음을 내세운다. 심지어 부모의 성적이나 출신 학교를 부각시켜며 우월한 유전자를 언급하기도 한다. 또한 그들이 방송에서 주로 하는 일은 게임 대결을 펼치거나 퀴즈 등을 푸는 것이다. 즉, 아이큐를 측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요섹남의 경우에는 요리하는 남성의 육체적 섹시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드라마처럼 재벌남들이 뇌섹남과 요섹남까지 집어 삼키겠다. 벌써부터 뇌섹남과 요섹남의 본질로 돌아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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