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말단 계급 군인인 보이첵은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나이였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선임의 면도를 해주거나 구두를 닦아주고, 때로는 불법적인 일에까지 개입했다. 사랑하는 동거녀와 어린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그에게는 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보이첵에게 아주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 들어온다. 매일 완두콩만 먹으며 버텨주면 돈을 주겠다는 마을 의사의 제안이었다. 의사는 인간이 완두콩만으로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생체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상은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가 남긴 걸작 ‘보이첵’의 줄거리다. 작품은 생체실험과 과학윤리에 대해 자못 진지한 질문을 던지지만, 어찌 보면 의사가 그만큼 완두콩의 영양학적인 가치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 오직 그 한가지 식품만 먹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이른바 ‘완전식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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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갖가지 영양소… 수험생, 폐경기 여성, 변비에도 그만

실제 완두콩은 완전식품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갖가지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좋은 먹을거리다. 완두콩에는 특히 탄수화물과 단백질, 비타민B1이 풍부하다. 비타민B1은 두뇌활동에 활기를 주는 성분으로 수험생이나 하루 종일 책상 맡에 앉아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또 말린 완두콩은 대두 다음으로 많은 단백질을 갖고 있다. 완두콩을 아침식사 때 곁들이면 다이어트 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보충해 근력 유지에도 좋다. 완두콩에 함유된 분지 아미노산은 운동 시 피로감을 늦추고, 아르지닌 성분은 면역력, 라이신은 칼슘 흡수를 촉진한다. 완두콩은 뼈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이소플라본이 풍부하다는 점도 완두콩의 매력이다. 이 성분은 태양광선 노출로 발생한 유해산소를 없애줘 콜라겐을 보호해 준다. 이소플라본은 여성호르몬과 성분이 유사하다. 폐경기 이후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이 줄어 이를 보충하지 않으면 다이어트가 힘들 수 있다. 완두콩에 많은 이소플라본은 골다공증 감소, 콜레스테롤 수치개선, 유방암 및 전립선암 예방 등에 도움이 된다.

한방에서는 완두콩이 위 기능을 좋게 해 속이 더부룩하고 울렁거릴 때 먹도록 권하고 있다. 기의 순환을 돕고 오장육부를 이롭게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린 아이나 노인의 습관성 설사에 완두를 삶아 죽을 쑤어 식전에 한 잔씩 복용하면 좋다.

▶둥글둥글 완두콩… 먹거나 보거나

완두콩을 먹는 방법으로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다 여물지 않은 연한 완두콩을 콩깍지째 익혀 먹는 것이다. 이른바 ‘깍지완두’다.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으면 깔끔하고 아삭아삭한 맛이 난다. 깍지 완두는 수분이 대부분을 이룰 정도로 촉촉하고 비타민C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 잘 여문 완두를 수확해 싱싱할 때 먹거나 말려서 먹을 수도 있다.

파릇파릇한 색감으로 봄기운을 물씬 전달해주는 완두콩은 실제 제철도 4~6월이다. 둥글둥글한 모양과 색감 때문에 요리를 장식하는 재료로 밥이나 짜장면에도 올라가지만, 깔끔한 단맛 때문에 과자나 떡, 빵에 소나 고물로도 다양하게 쓰인다. 또 부드럽게 갈아서 수프나 죽, 콩국으로 즐겨도 좋다. 예부터 아이들 이유식이나 환자들 보양식으로도 사용해 왔다.

▶과유불급…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지만 완두콩은 실제로 그렇다. 완두콩에는 소량의 청산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 40g 이상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보이첵 역시 완두콩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몸이 망가져 간다. 다른 군인에 비해 체력은 형편없이 떨어지고, 하늘이 붉게 보이는 등의 환각과 환청 증세에 시달린다. 소변을 참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볼 일을 보는 등 자신의 몸을 제어할 수조차 없을 지경에 이른다. 신체적인 문제와 더불어 정신도 함께 무너져 갔다. 보이첵은 결국 사랑하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부정을 저질렀다는 소문을 듣고 아내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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