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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징비록’, 전쟁신이 왜 의미있게 다가올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KBS 대하사극 ‘징비록’은 이미 임진왜란에 돌입했다. 고니시 유키나가(이광기)가 이끄는 왜선들을 절영도(영도)에서 사냥하던 정발 첨사 일행이 본 순간 전쟁은 시작됐다. 일본 군대에 정발 첨사가 당했고, 동래 부사 송상현이 고니시의 회유에도 장수다운 죽음을 맞았다. 부산포와 동래성은 함락됐다. 이 때까지도 조정은 일본을 갔다온 통신사의 보고가 잘못됐음을 따지고, 이들이 단순히 노략질을 하는 왜구인지 도요토미가 거느리는 일본 정규군인지 알아보라고 한다.

지난주 29일 마지막 장면은 기마군사를 이끌고 전쟁터로 나간 신립이 부산, 밀양을 거쳐 탄금대까지 온 고니시 부대와 마주쳤다. 결과는 누구나 다 안다. 선봉장 고니시가 조선에 먼저 들어가 공을 세웠다는 사실에 열받은 가토 기요마사(이정용)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지름길로 조선의 중심부로 향했다.

‘징비록‘에서 지난주까지 벌어진 임란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어떤 사극보다 전쟁신이 흥미롭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그동안 부정적으로 묘사됐던 선조(김태우)의 상황이 보다 입체적으로 부각된다.

한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그 인물을 파헤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인물과 가장 큰 관계가 형성되는 인물(카운트파트)을 잘 구축해놔야 한다. ‘정도전’에서도 권문세족인 이인임의 캐릭터를 잘 구축함으로써 정도전이라는 인물도 살릴 수 있었다. 카운트파트 캐릭터가 매력이 없으면 주인공의 극복과정도 시시해진다.

‘징비록‘에서 조선의 왕 선조는 안으로는 붕당정치속에서 힘들게왕 역할을 해야했고, 밖으로는 일본과 명과도 상대해야 했다. 이런 것들의 맥락을 비교적 잘 제시하고 있다.

조정에는 “백성이 근본이다”는 류성룡(김상중)과 “정치는 세력이다”라는 백전노장 이산해(이재용), “왕이 곧 나라다”라는 윤두수(임동진), 선조가 사적인 자리에서는 속내를 드러냈던 정철(선동혁) 등 조금씩 다른 정치관과 사상, 이해관계를 지닌 신하들 사이에서 방계로는 첫번째 조선 왕이 된 선조가 자신의 주장을 펴기 힘들었음을 잘 보여준다.(개인적으로 원리원칙만을 강조하고 윤리교과서를 읊는 류성용보다, 떼쓰고 꼬장도 부리는 선조가 더 재밌다.)

‘징비록’에서 선조의 가장 큰 상대는 일본이다. ‘징비록’은 일본군대를 세세하게 묘사했다. 사극 사상 처음으로 NHK 자회사의 협조를 받아 일본 진영 세트까지 만들었다. 물량만 투자한 게 아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김규철)와 고니시, 가토 등 임진왜란의 일본측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분량과 비중을 크게 살려 캐릭터들을 살려놨다.

임란의 일본측 두 장수인 고시니와 가토는 대조적인 캐릭터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가토는 단순하고 잔인한 다혈질 사무라이다. 반면 상인 출신으로 부유하게 자란 고니시는 협상도 할 줄 아는 지략가다. 종교적으로도 고니시는 기독교(기리시탄), 가토는 불교 신자다. 두 일본 장수의 이런 모습은 엔도 슈사쿠의 역사소설 ‘숙적(宿敵)’을 많이 참조한 것이다.(김형일 CP)

‘징비록’ 제작진은 고시니와 가토라는 두 라이벌이 펼치는 숙명적인 대결과 심리, 처세술을 담고 있는 ‘숙적‘을 이광기와 이정용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두 장수의 약점을 자극, 둘을 경쟁시켜 충성을 강요하게 함으로써 라이벌 관계를 만들어낸다. 역사소설 ‘숙적’은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작가가 허구로 만들어낸 부분도 있다. 하지만 큰 역사 왜곡 없이 극화하기에는 좋다.

도요토미, 고니시, 가토, 이 세 사람의 캐릭터가 확실히 잡히고 나니 전쟁이 흥미로워진다. 김형일 CP는 “그라운드 제로 상황에 떨어진 전쟁 장면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매 전투를 세밀하게 다루지 않는다“면서 “이번주 방송될 탄금대 전투는 세밀하지 않고, 반격의 계기가 되는 평양성 전투는 세밀하게 다룰 것이다. 행주대첩, 진주성도 상세하게 다룰 것이며 이순신 장군의 해전에도 포인트가 있다. 마지막 노량해전은 제대로 해볼까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형일 CP는 ”전투마다 포인트가 있다. 당시 왜구가 왜 그렇게 선택을 했고 전략과 전술, 양상이 어떻게 작용해 전세를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조선의 활, 일본의 조총, 명나라의 대포가 전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신립 장군은 조선 기마병의 활이 빠르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조총이 날아가는 새를 잡을 정도로 거리, 정확도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연발이 어렵다. 하지만 일본은 오다 노부나가가 개발했다는 조총부대의 세 줄서기 대형, 앞에 있는 한 줄은 조총을 쏘고, 뒤쪽 두 줄은 발사준비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와 함께 임란이 벌어진 동안 사이사이에 조선이 의병을 일으켜 어떻게 조직해 일군에 대항하는지도 보여줄 예정이라고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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