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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천둥·번개도 부덕의 소치…스스로를 경계한 영조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 읽는 승정원일기 <7>
천재지변 앞에서는 죄 없는 사람도 두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재이(災異)가 있을 때 그 원인을 자신의 덕이 부족한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정치에 잘못이 없는지, 사람을 등용하는 데 실수가 없었는지, 형옥(刑獄)에서 원통해할 만하거나 적체된 일은 없는지를 점검하였다. 평소 살던 궁전에서 거처를 옮기고, 수라상의 반찬을 줄여서라도 하늘의 견책에 응하고자 하였고, 신하들에게 시정(時政)의 폐단을 숨김없이 진술하도록 하였다.

1724년(영조 즉위년) 9월 17일, 승정원에서 늦가을에 우레가 친 기상 이변을 두고 더욱 마음을 경계할 것을 청하자, 임금은 다음과 같은 전교를 내린다.



아! 덕이 없는 내가 이 지위에 있다 보니 깊은 골짜기에 떨어지기라도 할 듯하여 아침저녁으로 경계하고 두려워하였다. 만물을 수렴하여 저장하는 달에 갑자기 우르릉거리고 번쩍거리며 천둥 번개가 치는 기상 이변이 나타났으니, 두려움이 배나 더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아! 어질고 자애로운 하늘이 이렇듯 경계를 보이는데, 돌이켜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하늘인들 이를 어찌하겠는가? 이는 하늘이 경고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람이 스스로 기회를 버린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다 이런 생각까지 드니, 먹고 쉰다 해도 어찌 편안하겠는가?

이번에 경계하도록 아뢴 것은 나라를 걱정하고 임금을 사랑하는 데서 나온 것으로 말이 매우 절실하고 지극하니,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상 이변이 있을 경우 임금은 비망기(備忘記)를 내려 이변을 초래한 것을 반성하고, 널리 직언을 구한다. 순조롭지 못한 자연 현상을 보면서 위정자가 순리를 따르지 않아 초래된 일은 아닐까 노심초사했던 옛 풍경이다. (선임연구원 하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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