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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 한국 인디의 저력…K팝 新한류를 열다
19일 美 텍사스서 열린 SXSW 무대
에픽하이·히치하이커 등 열창
5월엔 뮤직매터스·CMW에
이디오테잎·일리네어 등 초청받아

인디20주년 맞아 클럽데이 등 행사
편집앨범 ‘인디20’ 음원 출시도



지난 1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엘리시움(Elysium) 클럽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행사 기간인 이 날, 이 곳에선 K팝 쇼케이스 ‘케이팝 나이트 아웃(K-POP Night Out)’이 열렸다. ‘케이팝 나이트 아웃’은 지난해 세계적인 팝 스타 레이디 가가(Lady Gaga)가 깜짝 방문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20년 동안 인디 신에서 배출된 다양한 뮤지션들은 이제 좁은 공간을 넘어 메이저 음악계와 전 세계 음악 관계자들로부터 먼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한국 가수들의 면면은 국내 음악 방송 프로그램의 풍경과 비교해 조금 차이가 있었다. 이날 무대에 오른 가수는 에픽하이와 크레용팝 등 대중에게 익숙한 가수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히치하이커와 EE, 록밴드 아시안체어샷과 이스턴사이드킥, 걸그룹 바버렛츠 등 인디 뮤지션들이었다. 지난해 같은 행사의 무대를 채운 가수들 역시 상당수는 인디 뮤지션들이었다. SXSW와 더불어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뮤직매터스(Music Matters), 프랑스의 미뎀(MIDEM)에 초대받은 뮤지션들 역시 대부분 인디 뮤지션들이다.

▶새로운 K팝 한류 세계 진출의 첨병 ‘인디’=지금까지 K팝 한류의 확산은 대형기획사와 아이돌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그 범위는 아시아권을 넘지 못했다. 몇몇 아이돌 그룹들이 남미와 유럽에서 투어를 벌이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이벤트의 성격이었다.

반면 인디 뮤지션들의 해외 무대 진출은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인 북미에서 현지 음악 관계자들의 초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서울국제뮤직페어에 참여했던 제임스 마이너(James Minor) SXSW의 총괄 디렉터는 바버렛츠, 숨, EE, 아시안체어샷, 이스턴사이드킥 등 5팀의 국내 뮤지션들을 초청 뮤지션으로 선정하며 “한국 뮤지션들의 기량이 너무 뛰어나 초청 팀을 선정하기가 매우 까다로웠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에서 K팝은 주로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소비돼왔지만, 이번 ‘케이팝 나이트 아웃’에는 비 아시아계 관객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마이너 디렉터는 “2년 전 ‘케이팝 나이트 아웃’이 처음 열렸을 당시에는 아시아계 K팝 팬들이 몰렸는데, 지난해에는 미국 현지의 다양한 인종의 음악팬들이 참여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올해 행사를 보면 더 이상 관객의 인종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뮤직매터스(Music Matters)에는 이디오테잎이, 같은 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펼쳐지는 캐내디언뮤직위크(CMW)에는 일리네어, 버벌진트가 초청을 받았다. 오는 6월 프랑스 칸에서 개최되는 미뎀에는 지난 2월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을 수상한 밴드 로로스와 로큰롤라디오가 초청돼 ‘K팝 나이트 아웃 인 미뎀(KPOP Night Out in Midem)’ 쇼케이스 무대에서 공연을 벌인다.

▶20년 동안 다양한 음악적 토양 기른 인디 신=크라잉넛, 노브레인, 에피톤 프로젝트, 선우정아, 십센치, 장기하와 얼굴들 등 인디 뮤지션들은 이제 인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중에게 친숙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인디 신에서 성취한 다양한 음악적 성과들을 아이돌 및 중견가수 등 메이저 무대에서 활동 중인 가수들의 음악에 접목시키며 가요계의 다양성 확보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인디 뮤지션들의 음악적 성과는 인디 신이 존재해 가능했다. 특히 올해는 인디 신의 태동 20주년을 맞은 해여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중반 홍대와 신촌에 라이브클럽 드럭, 롤링스톤즈 등이 문을 열며 이른 바 클럽 문화가 시작됐다. 특히 1995년 4월 5일 드럭에서 열린 그룹 너바나의 리더 고(故) 커트 코베인 1주기 추모 공연은 인디 신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중요한 행사이다.

인디 20주년을 맞아 인디 신에선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되고 있다. 우선 클럽데이가 4년 만에 부활했다. 클럽데이는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한 장의 티켓(2만원)으로 홍대 앞 10여개 클럽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는 다양한 공연을 자유롭게 오가며 즐기는 음악 축제이다. 지난 달 27일 열린 첫 번째 공연과 지난 27일에 열린 두 번째 공연에 다녀간 관객 수는 각각 2000여명에 달한다. 두 번째 공연에도 장기하와 얼굴들, 딕펑스, 해리빅버튼, 게이트 플라워즈, 고고스타, 바세린 등 총 36개 팀이 참가해 관객들과 함께 뛰며 호흡했다. 또한 인디 20주년을 기념하는 편집 앨범 ‘인디20’의 음원도 출시되고 있다. 인디 신의 터줏대감 크라잉넛, 노브레인을 비롯해 이장혁, 최고은, 술탄오브더디스코 등 20여 팀이 이번 앨범에 참여한다.

‘인디20’을 제작하는 김웅 모스핏 대표는 “이제 인디와 메이저 구분이 없어진 시대이고, 인디라는 단어 역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란 사전적 정의를 넘어선지 오래”라며 “이제 인디는 기존의 가치와 다름을 추구하는 태도라고 봐야하며, 다름을 유지하는 것은 인디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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