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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공직사회 청렴’ 거듭 일깨우고 떠난 리콴유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국민적 존경을 받았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타계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영국자치 정부가 된 1959년부터 무려 31년간 총리를 지내며 싱가포르를 아시아 최고 부국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쫓겨나다시피 분리 독립한 1965년 당시만해도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400달러에 불과했다. 그런 나라가 이제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금융과 물류의 허브로 탈바꿈했으며, 국민소득도 지난해 5만6000달러가 넘는 강국이 됐다. 이 모든 것을 리 전 총리가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한 나라의 지도자라기 보다 국가 최고경영자(CEO)였던 것이다.

이런 싱가포르는 여러 면에서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가난에 찌든 아시아의 변방 국가에서 숱한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안정을 누리게 됐다는 게 우선 그렇다. 특히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끈 한 가운데는 박정희 와 리콴유라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무장한 국가 지도자가 있었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이들 지도자의 권위적 리더십이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왔다는 일부 비판을 받는 것도 비슷하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갖췄지만 우리는 많이 부족한 게 있다. 법치와 부정 부패가 그것이다. 리 전 총리는 말레이반도 끄트머리 가난한 어촌을 개혁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규율의 확립이라고 보았다. 국가주도 자본주의를 표방한 마당에 공직사회가 청렴하지 않으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철저한 반(反) 부패정책을 시행했다. 독립초기부터 총리실 직속에 부패행위조사국(CPIB)를 설치해 공직자 부패척결에 사활을 걸었다. 법 질서 또한 엄격해 거리에 침을 뱉거나 담배꽁초만 버려도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하며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 그 결과 ‘클린 싱가포르’가 완성됐고, ‘아시아 청렴도 1위’의 자리를 단 한번도 내놓은 적이 없었다. 이게 싱가포르의 경제번영과 사회안정의 든든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사정은 어떤가. 당장 방산비리로 해군 참모총장을 지냈던 이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고위공직자 청문회에선 청렴한 후보자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출범 3년 차를 맞아 이른바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역대 정권이 다 시도해 보았지만 성과를 봤다는 소리는 여태 들어보지 못했다. 공직사회가 청렴한 집단으로 거듭 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게 리 전 총리가 우리에게 던지는 최후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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