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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빠보다 할마, 할빠”…손주 위해 지갑여는 피딩족↑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한정수(63) 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자를 위해 큰 맘 먹고 70만원대 고가의 책가방을 구매했다. 한 씨는 “손자의 안전과 척추 건강을 지켜줄 수 있는 기능성 책가방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 비용이 비싸다고만은 생각지 않는다”며 “이제 겨우 1학년인 손자가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를 다녀야 하니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다”고 했다.

손자들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할마(할머니+엄마)’, ‘할빠(할아버지+아빠)’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피딩족(feeding)이라 부르는 50대 이상 소비층의 존재감은 최근 신학기를 맞아 더욱 부각되는 분위기다. 과거 쌓아놓은 경제적인(Financial) 여유를 바탕으로 육아를 즐기고(Enjoy) 활동적(Energetic)이면서도 헌신적인(Devoted)인 50~7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뜻하는 피딩족은 다른 소비층보다 손자, 손녀들을 위해 고가의 제품도 서슴없이 사주는 소비력이 높은 게 특징이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www.gmarket.co.kr)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1일~3월15일) 문구ㆍ사무용품의 5060세대 구매량은 전체적으로 2013년 대비 68% 증가했다. 그중 과목별 학용품 구매량은 2년 전(2013년) 보다 5배 이상(445%) 늘었다. 미술 학용품 구매량도 3배 이상(224%) 증가했다. 이밖에 필수 학용품인 가위ㆍ칼ㆍ풀 구매량과 연필ㆍ지우개ㆍ필통 구매량은 각각 46%, 22% 증가했다. 맞벌이로 인해 바쁜 부모 대신 손주의 학용품 및 준비물을 살뜰히 챙기는 조부모가 늘어났다는 것이 G마켓 측의 분석이다.

유아동 신발ㆍ잡화 및 의류를 구매하는 5060 세대도 증가세다. 올해 들어 5060 세대의 유아동 신발ㆍ잡화 구매량은 전체적으로 2년 전(2013년) 보다 37% 증가했다. 이중에서도 졸업 및 신학기 시즌의 영향으로 책가방 구매량은 66% 늘었고 운동화 구매량은 2배 이상(178%) 증가했다. 유아동 의류의 경우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같은 기간 5060 세대의 유아동 의류 구매량은 전체적으로 2013년 대비 20% 증가했다. 세부 품목으로는 남녀 공용 의류 구매가 59% 증가했으며 남자 어린이 의류는 66%, 여자 어린이 의류는 3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장난감 시장에서도 5060세대가 큰 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같은 기간 G마켓에서는 5060 세대의 장난감 구매량이 전체적으로 2013년에 비해 93% 증가했다. 이중에서도 국내 브랜드 완구 구매량은 4배 이상(347%) 급증했으며 작동완구 구매량은 2배 이상(179%) 증가했다. 아이들의 오감 발달과 교육에 도움을 주는 장난감도 중년층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G마켓 유아동팀 박지은 팀장은 “손자, 손녀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유아동용품 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손주를 키우거나, 저출산 영향으로 손주사랑이 각별해지면서 어르신들의 손주를 위한 씀씀이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50대 이상의 소비가 영유아 시장에서 빠르게 늘고 있는 데는 맞벌이 부부 증가로 인해 손자, 손녀를 돌보는 ‘황혼육아’의 증가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손주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부모 대신에 영유아 용품, 어린이용 장난감을 사준다는 분석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약 510만 맞벌이 부부 중 50.5%는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다. 앞서 2009년 33.9%였던 맞벌이 부부의 조부모 자녀 양육 비율은 3년새 약 20%포인트 가량 급증했다.

경제 성장의 구호아래 70~80년대를 이끌어온 시니어세대들이 현재 30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이들의 씀씀이는 맞벌이에도 불구하고 생활비, 육아비 등에 빠듯한 가계운영을 하는 30대 부부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아동ㆍ유아 상품군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50~70대 고객의 연간 평균 구매 금액은 30대 고객보다 60% 가량 높았다. 아동ㆍ유아 상품군에서 연간 100만원 이상 구매하는 50~70대 큰 손 고객도 2011년 8500명에서 2014년 1만명으로 최근 3년새 20% 이상 증가했다.

50대 이상의 소비는 비단 손주들을 위한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세대별 소비비중을 살펴보면 50대 이상이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잡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롯데백화점 본점 기준으로 50대 이상의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2.3%에서 2013년 32.8%로, 2014년에는 33.5%로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손주 뿐 만이 아니라 화장품, 의류에서도 본인들을 위해서 투자하는 시니어세대들이 늘고 있다”며 “시니어 인구가 늘어나면서 유통업계에서 50대 이상 소비층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balme@heraldcorp.com 어린이 장난감 사진 [사진제공=G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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