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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윤재섭]아직도 때가 아니라고 보는 이유
“이것 저것 재다가는 또 놓치고 말거야. 일단 저질러야 돈 버는 거라고 하더라구”

얼마전 아내는 한 지인의 충고를 듣고 돌아와 내게 있는대로 전했다. 그리곤 이제 ‘빚을 내서라도 지금 집을 사야하는 것 아니냐’고 채근했다. 추궁처럼 들렸다. 잠시 잊었던, 하지만 절대로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뼈아픈 과거가 떠올랐다.

12년 전 일이다. 전세 살던 아파트의 시세가 불과 3년새 두 배로 뛰었다. 옆동에 살던 집주인은 “싼 값에 넘길테니 인수하라”고 했다. 아내도 집값이 더 오른다고 하니 “사자”고 졸랐다.

하지만 필자는 집주인과 아내의 말을 한 귀로 흘렸다. 당구삼년폐풍월(堂狗三年吠風月)이라고 유식한척 쓸만한 이론도 댔다. 당시 필자는 국세청과 금융권을 취재하고 있었다.

아내는 경제신문기자로 일했던 필자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신에 찬 듯 강한 어조로 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뒤 집값은 다시 두배로 뛰었다. 5년 만에 4배로 뛴 것이다. 한 동안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 잘난체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서울에서 집장만 하는 꿈을 이제 포기할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지금이라도 빚내 집을 사는 건 어떨지 물은 건 6년만이다. 2009년 하반기 이후 집값이 떨어지면서 한동안 잠잠했었다. 알고보니 그럴만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세값이 뛰었다. 한 해, 두 해 전세값이 오른탓에 매매가격의 90%에 육박했다. 재개발 예정부지 안의 빌라시세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분이 12평인 20평형 빌라의 시세가 5억원을 호가한다고 했다. 지분 기준으로 평당 시세가 4000만원을 웃돌았던 것이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재연될 듯한 분위기에 주민들이 술렁인다. 은행들이 1~2%대 초저금리로 주택구입자금과 전세자금을 대출하기로 한데 이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인하하는 조치가 나오자, 더 심화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필자는 아내에게 “이번에도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의 저금리 대출 압박으로 부동산 시세가 그나마 유지되는것이라고 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은 매수수요가 뒷받침돼야 상승하는데, 우리나라는 부동산 구매층에 해당하는 35~54세 인구가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는 추세여서 부동산이 하락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한국은 미래성장을 좀먹는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수년 간 저성장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일본식 불황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여기다 저출산,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현실이 결코 부동산 신화를 재연하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아내는 반신반의해 했다. 사실 이번 예측이 반드시 맞으리란 확신은 없다. 그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부동산값이 안정돼야만 필자가, 우리 서민들이 가계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하고,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부동산은 이제 잡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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