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 칼럼-전창협]가지 않은 길
30년동안 2만번을 운전했다. 사소한 접촉사고 2번외엔 사고를 낸 적이 없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보드카를 12잔 마셨다. 고주망태 상태. 차를 몰고 갈지, 택시를 부를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1만9998번은 아무런 사고도 없이, 2번만 사소한 접촉사고가 있었을 뿐이다.확률로만 보자면 답은 뻔하다.

2008년 대선에서 미국 50개주 중 49개주에서 승자를 정확히 예측했고, 총선에서도 상원 당선자 35명 전원을 맟춘 인물. 2012년 오바마의 재선시 선거인단수를 거의 정확히 예측해 ‘영웅’소리를 들었던 통계학자인 네이트 실버. 그는 숙련된 운전자가 술을 마신 뒤 과거의 데이터를 믿고 차를 몰지, 아니면 한국식으로 보면 대리를 부를지의 선택에 의문을 제기한다. 2만번의 운전중 음주운전은 단 1번도 없었다. 때문에 이 선택에서 2만번의 경험으로 사고를 낼 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도 음주운전처럼 ‘표본 외’ 사건이었고,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의 책 ‘신호와 소음’은 수많은 데이터속에 의미있는 정보인 ‘신호’와 잘못된 정보인 ‘소음’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인하, 사상 첫 기준금리 1% 시대를 맞게 됐다.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3월 동결, 4월 인하였다. 하지만 디플레이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여당 대표까지 나서 금리인하를 독촉했던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1% 시대, 3월 개막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금리인하를 발표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표정은 무덤덤했고, 외신들은 한국의 금리인하를 보도하면서 예외없이 ‘서프라이즈’란 표현을 내세웠지만 그리 놀랄 일만은 아닌 것이다. ‘무엇이든 해야한다’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이즈음 금통위의 선택의 폭은 좁을 수 밖에 없었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벤 버냉키 전 Fed(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실제로 미국발 금융위기국면에 3조달러가 넘는 돈을 뿌렸다. 공세적 유동성 공급정책을 펼친 ‘헬리콥터 벤’을 생각하면 이주열 총재 얼굴이 무표정할 필요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3월이냐, 4월이냐 정도가 남았던 금리인하 결정은 상대적으로 쉬웠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냉키에 대해 경제를 살린 ‘영웅’인지 중앙은행의 역할을 훼손했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운 ‘악당’인지는 평가가 진행중이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우리는 1% 금리시대에 살게 됐다. 생각대로 경기가 살아날지, 한쪽의 우려대로 가계부채만 늘리고 경기부양 효과는 거두지 못할 지는 두고 볼 이다. 금리인하는 선악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다. 하지만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선악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번처럼 금통위 결정을 앞두고 많은 목소리가 쏟아진 것은 드문 경우다. ‘신호’와 ‘소음’이 뒤섞였다. 소음이 신호를 압도했는 지는 지켜볼 일.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처럼 ‘훗날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를 선택일 지도 모를 일이다. jljj@heraldcorp.c 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