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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품R&D 현장을 가다]유업계 ‘최초’의 산실, 빙그레 식품연구소…요파ㆍ오프룻으로 ‘제2의 도약’ 꿈꾼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65㎖ 마시는 요구르트만 있던 시절. 빙그레는 국내 최초로 떠먹는 요거트 ‘요플레’를 출시했다. 프랑스 소디마(SODIMA)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1983년 출시된 요플레는 당시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떠먹는’ 콘셉트에다 가격(400원)도 시내버스 요금(110원)보다 비싸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타사의 경쟁제품이 1988년 서울올림픽이 지난 뒤 출시될 정도로 요플레는 당시 시장 선도적인 제품이었다.

요플레는 출시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 떠먹는 요거트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요플레 매출액은 약 1500억원으로, 단지 모양의 ‘바나나맛 우유’(1700억원)에 이은 빙그레의 매출 2위 제품이다. 바나나맛 우유는 요즘도 하루에 80만개 가량 팔리고 있고, 요플레 오리지널은 하루 평균 50만개나 판매되고 있다.
 
<사진설명>빙그레 식품연구소 연구원들이 ‘요파’ 파일럿 실험 설비 앞에서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요플레가 오랜 기간 변치 않고 사랑을 받아온 데에는 끊임없는 변화 시도와 다양한 제품 출시가 있기에 가능했다. 과일 요거트의 원조인 ‘요플레 오리지널’을 시작으로 무설탕 무색소 무향료 요거트인 ‘네이처’, 비피더스균을 증식시키는 올리고당과 3종 복합 프로바이오틱 유산균을 함유한 ‘바이오플레’, 전통 홈메이드 스타일 ‘요플레 클래식’과 ‘요플레 키즈’, ‘짜먹는 요플레 키즈’ 등을 줄줄이 선보였다.

2012년에는 과감하게 요플레 오리지널을 리뉴얼했다. 약 2년 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과일 맛을 더 진하게 하고자 과일 함유량을 높이고 업계 최초로 FFT(Fresh Fruit Taste) 공법을 적용해 과일의 아삭한 느낌을 향상시켰다.

요플레를 포함해 국내 최초의 생우유를 넣은 고급 아이스크림 ‘투게더’(1974년 출시)와 국내 최초의 요거트 아이스크림 ‘요맘때’(2004년 출시)는 여전히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유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사진설명>빙그레 식품연구소 연구원들이 ‘요파’ 파일럿 실험 설비 앞에서 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에 위치한 빙그레 식품연구소에서 탄생했다. 빙그레 식품연구소는 ‘개발부’라는 명칭으로 존재하다가 1987년 조직을 전문화ㆍ세분화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4월과 10월 각각 출시된 ‘오프룻’과 ‘요파’는 요플레의 뒤를 잇는 빙그레 식품연구소의 야심작이다.

오프룻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테이크 아웃 요거트’다. 컵 안에 과육과 요거트를 담은 버블티 스타일의 요거트로, 굵직한 빨대를 이용해 빨아 먹는 재미를 더했다. 오프룻은 별다른 홍보없이 출시 후 현재까지 약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오프룻 출시 후 벌써 경쟁업체에서 ‘미투’제품이 나왔고, 유럽의 한 유업체는 오프룻을 벤치마켕해 올해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요파는 약 3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50억원 이상을 투자해 만든 제품이다.

윤여명 빙그레 식품연구소 연구2실 실장은 “우유 3.3kg을 발효하면 유청을 빼고 1kg의 우유만 남는다”며 “순수하게 남는 우유는 3분의1도 안되는 셈인데, 이걸 갖고 만드는 것이 ‘요파’로 타사 제품과는 만드는 방식이 전혀 달라 한층 깔끔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시중에 출시된 그릭요거트 중 요파만 사용하고 있는 ‘유청(whey) 분리 기술’은 우유를 발효시켜 요거트에 들어있는 수분과 유당, 염 성분 등을 모두 빼내 농도를 자연스럽게 진하게 만드는 여과과정이다. 이는 요파 만의 자체 제작 설비를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타사 제품이 기존 요거트 제조공정을 이용해 우유에서 물을 절반 가량 증발시켜 양을 줄인 뒤, 이것을 발효시키는 방식을 쓰는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렇게 되면 원유 사용량이 적은데다 수분만 증발돼 유당과 염 성분 등은 그대로 남게 되므로 깔끔한 맛과 깊은 맛이 덜하다고 한다.

빙그레 식품연구소의 강점은 다양한 해외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기술적인 힘에 있다.

각국의 요플레 브랜드 사용 기업들은 연 1~2회 마케팅, 연구개발(R&D) 컨퍼런스를 열고 각국의 시장 트렌드와 정보를 공유한다. 이를 자사 제품 개발 및 리노베이션에 활용한다. 유럽의 한 회사가 오프룻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도 이런 교류를 통해 이뤄졌다.

빙그레의 연구개발비는 2013년 기준 93억20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1.16%를 차지하고 있다.

1998년 13억원(매출액 대비 0.3%)에 불과했던 연구개발비는 2003년에는 32억원(0.64%)으로 늘었고, 현재까지 1%대 이상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요플레 신화를 만든 빙그레가 오프룻과 요파를 발판으로 ‘제2의 유제품 신화’를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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