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최남주 기자의 유통이야기]위스키는 지금 ‘춘래불사춘’
[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위스키 업계가 분주합니다. 봄을 맞아 위스키 시장엔 신제품 레이스가 펼쳐질 모양입니다. 최근 윌리엄글랜트앤선즈코리아에 이어 롯데주류, 애드링턴코리아 등이 연달아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며칠 뒤엔 국내 최대 위스키 회사인 다아지오코리아를 비롯해 몇몇 업체에서도 새 위스키를 선보입니다.

올 봄엔 위스키 판촉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입니다. 각 사별로 영업사원들은 낮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밤엔 주당들이 몰리는 유흥업소에서 치열한 판촉전을 펼칠 것입니다. 벌써부터 올해 판매목표를 올려 잡은 곳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대다수 위스키 업체는 장기불황으로 인해 몇년째 매출부진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올 봄엔 매출 만회를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합니다. 위스키 회사마다 35도 안팎의 저알코올 신제품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류업계 일각에선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무성합니다. 올해도 위스키 시장이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는 것입니다. 신제품을 내놓고 판촉전을 펼쳐도 위스키시장 상황이 예년과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뜻이지요.

사실 위스키 시장은 몇년새 반토막나는 등 말그대로 고난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위스키 시장은 2008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뒤 2009년(-10.1%), 2010년(-1.4%), 2011년(-4.8%), 2012년(-11.6%), 2013년(-11.2%), 2014년(-5.4%) 등 해마다 마이너스 행진입니다. 위스키시장 파이만 작아진 게 아닙니다. 20~30%대를 유지하던 위스키 업체의 영업이익도 10% 안팎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메이저급 위스키 회사에선 임직원 희망퇴직을 단행했고, 공장을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경험했습니다. 구조조정 후유증으로 노사갈등이 진행형인 곳도 있습니다. 중견 위스키 회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오랜 실적부진 때문에 사실상 벼랑끝에 몰린 상황이라고 합니다.

2000년대 말까지 ‘황금의 땅’으로 불리던 위스키 시장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건강 붐이 불면서 독주를 마시는 음주인구가 급감한 데다 1차만 회식문화 확산, 과시형 접대문화 위축, 성매매 단속 강화, 소맥(소주+맥주)문화 확산 등 여러 악재가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같은 악재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얼마전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위스키 시장에 메가톤급 직격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설상가상격으로 담배에 이어 술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면 이 또한 위스키 시장엔 비수가 될 게 뻔합니다. 세금이 올라가며 위스키 가격도 덩달아 급등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국가 알코올 폐해 예방 및 감소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주류가격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만약 ‘주류 부담금 부과’ 방안이 시행된다면 제품 출고가에 주류세가 붙어 가격이 오르는 대신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건강증진세가 부과된 뒤 판매량이 곤두박질친 담배처럼 말이죠.

이제부턴 술 소비가 늘어나는 봄 시즌입니다. 하지만 봄을 맞는 위스키 업계는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더 큰듯 합니다. 아직 갈길이 멀고 넘어야할 산도 많기 때문이겠죠. 이 때문일까요, 위스키 전문가들은 ’춘래불사춘‘이란 말에 더 큰 무게감을 느끼는듯 합니다.

calltax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