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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 인생 27년에 새로운 도전” 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는 오픈리허설에서 짤막하게 보여주는 장면만으로도 관객을 울리는 연기력의 소유자다. 그는 오는 19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모던발레 ‘멀티플리시티’에서 첼로역을 맡았다. 주로 클래식발레에서 소녀, 공주 등만 맡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사물을 연기한다.

안무와 음악 등이 기존 ‘지젤’과 완전히 다른 ‘그램 머피의 지젤’도 준비 중이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초등학교 4학년 이후 27년 간 발레라는 한우물만 팠지만 오는 4월 개막하는 뮤지컬 ‘팬텀’에도 출연한다.

지난 10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황혜민(37)은 “은퇴를 언제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며 “잠깐이나마 고민을 잊어버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멀티플리시티’는 세계적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가 바흐의 음악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바흐역의 남자 무용수가 첼로역의 여자 무용수를 품에 안은 채 활로 그어 대며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연주하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은 핸드폰 벨소리까지 있을 정도로 친숙한 음악이죠.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제 속에서 저절로 나오는 감정을 표현해야 해요”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사물을 연기하는 것도 어렵지만 모던발레라 중심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2008년에 모던발레 ‘인 더 미들’ 오디션을 볼 때는 베테랑 무용수인 그도 중심을 못 잡아 꽈당 넘어진 적이 있다.

“토슈즈를 신고 꼿꼿이 서서 배로 중심을 잡는 것이 아니라 플랫슈즈를 신고 비스듬히 몸을 기울이며 중심을 잡아야 해요. 음악도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처럼 발레를 위해 작곡된 곡이 아니고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하죠. 어렵지만 춤을 통해 음악이 눈에 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이예요”

이 작품이 끝난 후에는 오는 6월 ‘그램 머피의 지젤’에서 지젤역을 맡는다. 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가 유니버설발레단을 위해 ‘지젤’을 새롭게 만든다.

“그 동안 지젤역만 스무번 넘게 했어요. 그런데 이번 지젤은 기존 지젤과는 완전히 달라요. 안무 동작을 짜고 있는 단계인데 정말 지젤이 맞는지도 모르겠을 정도예요. 걱정 반 기대 반이죠”

발레단에서도 새로운 도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낯선 뮤지컬까지 진출한다. 황혜민은 뮤지컬 ‘팬텀’에서 발레리나 김주원ㆍ최예원과 발레리나 벨라도바역에 트리플 캐스팅됐다. 팬텀의 아버지 제라드 카리에르와 아름답고 우아하게 발레를 추며 발레의 매력을 알릴 예정이다.


“주원 언니가 ‘같이 하지 않을래’라고 제안을 했어요. 발레가 등장하는 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죠. 문훈숙 단장님께서는 ‘니가 엄마역을 한다고?’라고 하셨어요. 저도 맨날 16살 공주역만 할 수는 없잖아요.(웃음)”

앞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강예나도 연극 ‘발레 선수’에 출연했고, 국립발레단의 김윤식은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등 다른 장르에 진출하는 무용수들이 늘고 있다.

“‘댄싱9’에 나가는 무용수들도 많죠. 하지만 저는 발레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은 없어요.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한군데에서 한우물만 팠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황혜민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최고참이다. 무용수들은 보통 40세를 전후로 은퇴를 하는데 은퇴를 고려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인 엄태웅-윤혜진(발레리나) 부부처럼 교외에 집을 짓고 아기 낳고 사는 꿈도 꾸고 있다. 황혜민은 지난 2012년 엄재용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와 결혼했다.

“갑자기 발레를 그만두면 후회할 것 같고 은퇴 공연을 멋지게 하고 싶어요. 제가 그동안 발레단 일에서 빠진 것은 정말 아플 때 빼고 손에 꼽을 정도예요. 점심을 먹으면 한두시간 소화를 시켜야 하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요즘은 잘 못 먹어요. 여기저기 아프니까 ‘내가 왜 발레를 하고 있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무대 위에서 춤출 때의 희열감이 계속 발레를 하게 하는 힘입니다”

/ssj@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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