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주 나이 많을수록 소비 뚝
연금시스템 보완 등 대책 시급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50대 이상 중년층이 허리띠를 더욱 잔뜩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대 가구주는 지난해 소득과 처분가능소득이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소비성향은 최저치로 떨어졌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가운데 준비 안된 은퇴와 노후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지갑을 닫아버린 것이다.
이러한 중년층의 소비 위축은 전체적인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어 연금 시스템 보완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72.9%로 2003년 첫 조사 때의 77.9%보다 5%포인트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구주 나이를 기준으로 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비성향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가주주가 60대 이상인 가구의 경우 평균 소비성향은 2003년 81.1%에서 지난해 69.6%로 11.5%포인트 하락했다. 전체 평균 소비성향 감소율의 2배를 넘는 것으로, 전체 연령층 가운데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50대(50∼59) 가구의 소비성향은 같은 기간 75.4%에서 69.7%로 5.7%포인트 떨어져 60세 이상 다음으로 하락폭이 컸다.
특히 50대 가구의 지난해 소득(495만7000원)과 처분가능소득(396만9000원)은 전체 연령층에서 가장 많았지만 소비성향은 60대 이상 가구와 함께 70%를 밑돌아 이들의 소비 위축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해 40대(40∼49) 가구의 소비성향은 같은 기간 79.8%에서 76.5%로 3.3%포인트, 39세 이하 가구주 가구는 76.2%에서 73.4%로 2.8%포인트 각각 떨어져 평균보다 하락폭이 낮았다. 전체적으로 가구주의 나이가 많을수록 소비를 줄였다는 의미다.
연령별 소비성향은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20∼30대에 높았다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아지는 40∼50대에 저축 증가로 낮아진 다음 노년으로 접어들면서 다시 높아지는 ‘U’자 형태를 나타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40대를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은퇴와 동시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연금과 사회보장 시스템의 보완과 함께 50~60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해준 기자/hjlee@herla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