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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최영록]고전번역 50년, 이제부터다
올해는 민간단체가 우리 고전을 공식적으로 번역하기 시작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1965년 박종화, 이희승, 최현배, 이병도 씨 등 사계 원로 50명이 우리의 고전 문화유산이 사장될 것을 우려하여 선조들의 정신문화를 계승ㆍ발전하고자 설립한 게 ‘민족문화추진회’(이하 민추)이다. 민추는 1966년부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고전을 묵묵히 번역해 왔으며, 1974년 번역 전문인력을 양성하고자 국역연수원을 부설했다.

2007년 11월 교육부 학술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으로 환골탈태하기 전까지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함께 ‘조선왕조실록’을 완역했으며(1993년), 신라말부터 구한말까지 대표적인 문집 1259종을 표점ㆍ 교감하여 ‘한국문집총간’ 정편 350책을 영인본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간헐적으로 지원되던 정부보조금, 번역 전문인력의 태부족, 마땅한 청사 하나 없는 열악한 시설에서 소명의식 하나로 버틴 1세대 원로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어찌 고전번역 50년과 고전번역원이 있을 수 있으며, 우리가 고전의 향기를 맛볼 수 있었으랴.

고전을 흔히 ‘내일로 가는 옛글’이라고 한다. 왜 내일로 간다고 했을까. 길은 어제, 오늘, 내일의 길이 있기 마련이다. 어제가 없이 오늘이 어찌 있으며, 오늘이 없이 내일이 있을손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선인들의 지혜와 정서, 가치관을 알 수 있어 우리의 ’삶의 거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고전들이 수 천년, 수 백년 동안 긴 잠을 자고 있다. 하루빨리 잠을 깨워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자. 조선시대 대표적인 관찬사서 ‘조선왕조실록’은 재번역에 들어가 2026년까지 완역이 목표이지만 현재 7% 수준이라고 한다. 왕을 중심으로 매일 일어나는 일을 288년 동안 기록한 ‘승정원일기’는 90년대초 번역을 시작했건만, 현재대로 하면 완역까지 50년이 걸린다고 한다. 오죽하면 한 국회의원이 ‘승정원일기를 깨우자’는 책을 냈을 것인가. 어디 그뿐이랴. 민추와 고전번역원의 ’금자탑‘ 업적인 ‘한국문집총간’은 번역률이 10%선이다.

게다가 각종 의궤, 실용서적, 전문서적도 줄줄이 번역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 누가, 우리의 피와 살이 될 태산보다 더 높을 우리 고전들을 번역하여 살아 숨쉬는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만들 것인가. 우리 대부분은 한자, 한문의 문맹이지 않는가. 생각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급하다.

고전번역이야말로 참으로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랴. 전문번역인력을 길러내는 고전번역교육원도 하루빨리 대학원대학교가 되어야 하고, 국가의 학술기관인만큼 전문인력 보충, 예산 지원 등이 대폭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전번역원의 50년 숙원인 새청사 건립문제가 지난해 정책적으로 해결되어 2017년 봄쯤 은평구 진관동에 새청사가 들어선다. 고전번역 50년을 한껏 축하하며, 고전의 대중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동시에 한국고전번역원이 우리 인문학의 메카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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