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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인터뷰]김래원, 늘 똑같지만 '한방' 있는 남자
"설날에 푹 쉬었요.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에 조카랑 시간도 많이 보내고, 떡국도 많이 먹고요."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펀치'를 마친 김래원의 근황이다. 설 연휴가 지나고 그를 만나 작품을 마친 소회를 들어봤다.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김효언)는 지난해 12월 15일 첫 방송을 시작해 총 19부작으로 막을 내렸다. '다시는 오지 못할 이 세상을 건너가면서 인생과 작별하는 남자,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박정환 검사의 생애 마지막 6개월 기록'을 그린만큼 박정환 역의 김래원에게 시청자들의 눈길을 쏠릴 수밖에 없었다. 김래원은 하경 역의 김아중, 태준 역의 조재현 등과 연기 호흡을 맞추며 작품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기분 좋아요. 영화에 이어서 1년 넘게 쉴 틈 없이, 오랜만에 휴식을 만끽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덤덤한 것 같아요. 끝난 것 맞나 싶기도 하고요(웃음)."


김래원은 작품의 성공을 '박자의 조화'로 돌렸다.

"실감을 못하고 있는데, 잘 되어서 기쁘고 좋아요. 다만 저는 늘 똑같았다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김래원의 대표작이라는 말은 잘 모르겠어요(웃음). '펀치'는 모든 박자가 잘 맞았고, 시청자들이 사랑을 해주셔서 얻은 결과죠."

시청자들에게 오래 회자되는 만큼 김래원에게도 여운이 오래가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시청자들에게 여운이 오래 남았으면 하는 건 저의 바람이고요, 사실 개인적으로는 앞선 영화 '강남 1970' 때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센 걸 하고 와서 '펀치'가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쉬웠다는 건 아니고 그래도 과거 드라마를 했을 때보다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건 못 느꼈어요. 스스로 여유가 좀 생겨서 그런건 지도 모르겠네요."

마음의 여유는 특별한 계기보다 자연스럽게 흐른 세월로 얻은 것이며, 작품의 성공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데뷔 18년차 배우이다.

"저는 늘 똑같아요. 좋은 작가와 감독, 그리고 좋은 배우들을 만나서 적절한 시기에 영화의 좋은 감이 연결돼 그런 게 아닐까요. 우연히 여러 가지 박자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게 대본인데, 작가님이 글을 훌륭하게 뽑아 주셔서 시청자들이 좋아 해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늘 똑같아요. 안됐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게 임한 자세는 같아요."

영화 '강남 1970'의 여운은 '펀치'로 달랬다. 전혀 다르다면 다르고, 닮은 구석이 있다면 있는. 김래원은 2014년의 끝과 2015년의 시작을 박정환과 함께 했다.

"'강남 1970'의 마지막 촬영 날이 '펀치' 첫 대본 연습 전날이었어요. 끝나자마자 한 것이나 다름없죠. 평소 말이 좀 느린 편인데, 검사이라면 지능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말도 날카롭고 딱딱 떨어지는 맛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 부분에 신경을 썼어요. 또 실제 대본보다는 조금 더 절제된 느낌으로 했죠. 초반에는 '표정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는데, 절제된 느낌으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그랬어요. 제작진,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맞춰갔죠. 사실 겉으로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보다 절제하는 것이 훨씬 힘들어요. 어떻게 보면 저에게 양날의 칼이었죠. 그래서 박정환이란 인물이 더 진정성 있게, 또 깊어진 것 같습니다."

김래원의 설명처럼 '펀치'는 "등장 인물이 소개되고 그 인물을 통해 사건을 만들어가는 상황이 아니라, 사건이 시작된 뒤부터 전개가 진행"됐다. 그는 마치 "중반부부터 찍고 있는 느낌"으로 첫 회를 시작했다.

때문에 제작진, 배우들과의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갔다.


"초반엔 좀 더 날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감독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제 고집대로만 할 수 없으니 대화를 통해 조율했죠. 독특한 전개는 작가님의 특성이고, 푸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오히려 흥미롭지 않았나 생각해요."

"김아중씨와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둘은 처음부터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사고방식을 고집해요. 아중씨와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밥 먹는 시간에 밥도 먹지 않고 서서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사실 극 초반에는 아중이가 잘 해줬어요. 물론 뒤에도 훌륭했지만, 연기를 워낙 뛰어나게 하는 배우인 것 같아요. 사고가 나는 시점부터 부드럽고 극적인 것, 모녀사이의 애틋함과 따뜻한 여검사로서의 모습까지 드라마의 시작을 잘 풀어준 덕분이죠."

덕분에 '펀치'의 출연자들은 모두 돈독해졌고, 모두 조재현의 공연을 보러 가는 날까지 맞춰 종영한 뒤에도 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래원과 조재현, '펀치'를 빛나게 한 주역이다. 특히 수차례 등장한 두 사람이 자장면을 먹는 장면은 매회 회자될 정도로 강렬했다.

"처음 대본에서 자장면 먹는 장면을 보고 '뭐지 이거?'라고 생각했어요. 대검 안에서 자장면을 시켜먹는 검사들의 모습이 인간적으로 보여서 쓰신 건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자장면'이 큰 역할을 할 줄 몰랐어요. 두 남자가 어떻게 살아왔으며, 위의 자리에 올라서고 적이 되어서도 그랬고, 이들의 애증의 관계, 꼬리를 연결해준 중요한 역할을 한 도구죠."

어느덧 데뷔 18년, 베테랑 배우가 됐으니 작품을 보는 눈도 달라졌을까.

"작품의 제안을 받고, 이 역할을 진정성 있게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먼저 생각해요. 연기를 할 때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한 편의 다큐멘터리 속 인물이라고, 내가 사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아낸다는 생각으로 임해요."


가열하게 달려왔고, 달콤한 휴식의 순간이다. 연이어 강한 모습을 보여온 터라 김래원 특유의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는 대중들도 적지 않다.

"장르를 정해두고 선택하지는 않아요. 로맨틱 코미디를 하더라도 예전과는 느낌이 다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20대에 했던 것과 지금 제가 똑같이 한다고 해도, 좀 더 깊이 있게 보인다든지 여러 가지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늘 열려있고,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고 싶습니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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