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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내일은 슈퍼리치! “햄버거 아닌 뉴욕을 팔았다”…기업가치 2조원 ‘역발상 아이콘’
문화를 담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셰이크색’창업 대니 마이어
매디슨스퀘어 공원서 전시회 등 작은이벤트
빌딩속 녹지서 햄버거…‘뉴요커 욕망’ 자극
건강한 식재료 사용…부자나라 중동서도 인기



[헤럴드경제 슈퍼리치섹션=홍승완 기자·이혜원 인턴기자] 햄버거는 미국인의 ‘소울 푸드’다. 빵 사이에 두툼한 쇠고기 패티와 다양한 야채, 각종 소스를 채워넣고 한입 가득 베어물듯 먹는 햄버거는 다문화, 실용, 융합, 활동성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문화를 대변하는 음식이다.

미국 햄버거 시장은 치열한 전쟁터이기도 하다. 정크 푸드라는 꼬리표 때문에 햄버거를 피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시장은 계속 커지는 추세다. 400억달러(약 44조원)가 넘는 거대 시장을 놓고 수십개의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수십년 전부터 혈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 미국 햄버거 시장에서 신데렐라처럼 떠오른 회사가 있다. 바로 ‘셰이크 색(Shake Shack)’이다. 뉴욕을 기반으로 한 ‘고급 가정식 스타일’의 햄버거 프랜차이즈다. 지난달 30일 셰이크 색은 뉴욕거래소에 상장했다. 공모가 21달러에 시작한 셰이크 색의 주가는 첫날 4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현재 기업가치는 17억 달러, 우리돈 1조9000억원을 오간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처럼 수천 수만개의 매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점포수는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63개 정도다. 그럼에도 금융가에서는 “모처럼 맛있고 건강한 주식이 나타났다”고 반긴다. 이유가 있다. 어떤 햄버거 프랜차이즈보다도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셰이크 색의 지난해 매출(1~9월)은 8380만달러(약 922억원)를 기록했다. 점포당 연간 매출은 133만달러로 맥도날드의 101만달러보다 30% 이상 높다.

셰이크 색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다. 햄버거라는 낡은 메뉴를 파는 식당을 문화적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창업자이자, 셰이크 색이 속한 ‘유니온 스퀘어 외식산업그룹(Union Square Hospitality Group)’ 이사회 의장인 대니 마이어(Danny Meyer)다. 그는 전부터 뉴욕의 요식업계에서는 알려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셰이크 색이 상장하면서 성공한 ‘사업가’로서 대접받고 있다.

셰이크 색 1호점은 2004년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서 출발했다. 공원은 뉴욕 중심부 빌딩숲 사이에 자리잡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 가치를 알았던 마이어는 공원을 정비하고 전시회 등을 통해 뉴요커들이 점심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이벤트들을 꾸준히 열었다. 대신 행사장 옆에는 수레를 놓고 핫도그를 팔았다. 당시 공원에 가장 어울리는 메뉴가 핫도그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셰이크 색 1호점의 출발이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찾기 시작했고, 셰이크 색 1호점의 핫도그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런 변화는 공무원들에게도 감지됐다. 2004년 뉴욕시 차원에서 공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식당을 공모했는데, 셰이크 색이 낙찰됐다. 그는 셰이크 색을 본격적인 ‘노천 햄버거 레스토랑’으로 확대해 영업을 시작한다. 기름진 햄버거가 아닌 고급 스러운 메뉴를 내놨다. 생고기를 이용해 주문 후 만들어내는 패티의 풍부한 육즙은 금세 입소문을 탔다. 신선한 야채를 충분히 썼고, 햄버거의 파트너로 콜라가 아닌 밀크셰이크를 택했다. 가격은 다소 비쌌지만 뉴요커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재료를 더 많이 쓰는 건강한 햄버거로 비쳐졌다.

셰이크색의 고급 가정식 햄버거

무엇보다 마이어는 ‘뉴욕’을 팔았다. 그는 뉴욕을 사랑한다. 자신만의 비밀 장소에서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바라보는 것을 십수년째 매일 해오고 있다. 그는 초고층 빌딩숲에 둘러싸인 작은 녹지에 앉아 햄버거를 먹는 독특한 경험이 뉴요커들만의 특권임을 알았다. 힐링하듯 공원을 찾아 잔디밭에 뛰어노는 청설모를 보며 맛있는 햄버거를 즐기는 것이 뉴요커들의 본능이라고 믿었다. 여름엔 시원한 맥주를 곁들였고, 벤치마다 난로를 설치해 겨울에도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셰이크 색이 인기를 얻자 공원에 다른 햄버거 레스토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마이어는 이를 반겼다. 가게들이 각자의 개성을 발휘하면서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는 뉴욕을 대표하는 ‘버거의 거리’가 형성됐다. 이 소식은 미 전역의 TV방송을 통해 알려졌고, 이제 마이어는 매디슨 스퀘어 공원에 새로운 문화를 입힌 인물로 조명받고 있다.

그의 햄버거 성공스토리는 그저 운이 좋아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는 기본적으로 요식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1958년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그는 여행산업에 종사한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이문화와 세계의 먹거리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때 생긴 취미 중 하나가 낡은 레스토랑의 메뉴판을 모으는 것이다.

식당 경영자로서 그의 원칙은 ‘사람을 기쁘게 할 것ㆍ식음료에 몰입할 것ㆍ경쟁을 즐길 것’ 세 가지다. 그는 요식업의 핵심이 사람들을 얼마나 다시 찾아오게 만드느냐에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식당은 요란하기보다는 집처럼 편안해야 하고, 여러가지를 고객들에게 기억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셰이크 색은 현재 미국을 비롯해 9개국에 6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7개점이 해외 매장이다. 특이하게 쿠웨이트 시티, 모스크바, 두바이, 이스탄불 등 중동, 이슬람 문화권에 지점이 많다. 중동에도 뉴욕의 분위기와 트렌드를 동경하는 고소득층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그의 현재 자산은 현재 4억 달러, 우리돈 4400억원을 넘어섰다. 여전히 성장할 여지는 많다. 하지만 그는 속도에 집착하지 않는다. 여행사를 하던 아버지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파산한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식당사업은 속도에 얽매이면 오래갈 수 없다는 믿음이다. 그는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최초로 식당을 열었던 것은 1985년이었지만 두 번째 식당을 낸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서였다. 셰이크 색 역시 1호점이 대성공한 후에도 2호점을 차리기까지 5년이 걸렸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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