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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기밀 빼내라”…진화하는 기업 첩보戰, 처벌은 ‘솜방망이’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최근 삼성과 LG의 세탁기 파손 논란과 에어컨 기술유출 의혹 사건을 계기로 법조계에선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법원의 처벌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사의 핵심기술을 빼내더라도 그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인 경우가 많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행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외국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영업비밀을 취득ㆍ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고 있다. 국내에 빼돌리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 2010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기술을 유출한 협력업체 직원과 삼성전자 직원 10여명은 2013년 열린 1심에서 집행유예 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2심에서는 관계자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경쟁사 기술을 빼돌린 두산엔진 임직원들은 2013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냈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 1년과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감형된 것이다. 두산엔진 법인에 내린 벌금 20억원도 3억원으로 낮아졌다.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사건에 대한 형사처분 현황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잘 드러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영업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경우는(이하 1심 기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37명이었으나, 실형이 선고된 것은 43명에 불과했다. 2013년엔 재판에 넘겨진 148명 중 단 7명만 실형에 처해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2012년 의결ㆍ시행한 ‘지식재산권범죄 중 영업비밀침해행위’에 대한 양형기준을 징역 8월~1년6월로 규정해 처벌수위가 가벼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무형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원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철환 변호사는 “검사나 판사가 기업의 핵심기술이나 영업비밀의 가치를 잘 몰라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사건을 조사할 때 대학교나 연구기관 등 제3자의 객관적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응세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는 “영업비밀의 종류와 가치는 굉장히 다양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기술의 난이도나 보호기간에 따라 변수는 달라진다”면서 사건에 따라 법원의 처벌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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