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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얘기 하고 또하시는 아버지…치매검진 해보세요
“지난 설 명절때 아버지께 미리 안부 전화를 드리고 고향을 찾았는데 아버지께서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혹시 치매는 아닐까 덜컥 겁부터 나더라고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43) 씨는 해마다 변하는 부모님의 기억력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치매 노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치매’ 진료인원은 2009년 약 21만7000명에서 2013년 약 40만5000명으로 5년간 약 18만9000명(87.2%)이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 17%로,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치매는 이제 남의 가정 일만이 아닌 셈이 됐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영 교수는 “특히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치매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2012년을 기준으로 9.18%에 달해 10명 중 1명 꼴로 치매를 앓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이 어떤 증상을 보이면 병원을 찾아야 할까. 먼저 예전에 비해 기억력이 확실히 떨어졌다면 주의해서 봐야한다. 특히 최근에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나 했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기억의 저하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다.

치매 초기에는 말하려고 하는데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왜 그거 있잖아, 그거……”라는 식의 표현이 늘고 말을 주저하거나 말수가 줄어든다. 또 다른 초기 증상으로 시간이나 장소를 혼동하거나 익숙하게 처리해오던 일들이 서툴러지는 현상이 있다. 물론 이런 일들이 어쩌다 한 번 나타났다고 해서 모두 치매는 아니자만 이런 문제가 자꾸 반복되거나 점점 더 심해진다면 진찰이 필요하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은 알코올성 치매여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의 독성으로 인해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부위가 손상돼 발생한다.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증상이 잦아지거나 술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건망증이 심해지는 등 단기 기억장애가 생긴다면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수련 원장은 “알코올이 대부분의 치매 발생에 90% 이상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돼있다”며 “만성적인 음주 습관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궁극적으로는 뇌의 용적 자체를 줄어들게 만들어 결국 전반적인 뇌의 기능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알코올성 치매는 영구적인 뇌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고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따라서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주가 필수다. 하지만 과도한 음주로 인해 이미 뇌의 기질적 변화가 일어난 상태라면 더 이상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술을 줄이거나 끊기 어렵다. 이때에는 더 늦기 전에 가까운 알코올 상담 센터나 알코올 질환 전문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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