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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설 소비 트렌드는 발품‘알뜰族’vs 통큰‘과감族’
본지 기자 설 앞둔 주말 유통가 현장 돌아보니…
“30%가량 저렴해 실속”사전예약 인기
“한푼이라도 더 싸게”모바일 구매 늘어

수십만원대 고급 선물세트 완판 행진
1000만원 넘는 한정판 초고가 선물도


#주부 주모(56) 씨는 최근 지인에게 보낼 과일 선물을 모바일로 주문했다. 직접 매장에 가서 사는 것보다 20% 가까이 저렴한데다 선물용으로 깔끔하게 포장해서 배송까지 해주는 것이 간편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주말 유통가 취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씀씀이가 커질 수밖에 없는 명절이 코 앞이지만 불경기로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에 설 시즌 유통가 역시 ‘알뜰 소비자’가 주름잡고 있다. 사전 예약ㆍ모바일 등 한푼이라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손품ㆍ발품을 파는 이들이 늘었다. 저렴하면서도 실속 있는 선물 세트도 인기다. 매장에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꼼꼼하게 가격 정보를 체크하는 이도 급증했다.

반면 설을 앞두고 수십만원대 고급 선물세트 구입에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통큰 소비자’들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30만원대가 훌쩍 넘는 고급 선물세트들의 완판 소식도 연이어 들려온다. 유통업계가 설을 맞아 내놓은 ‘프리미엄’ 선물세트들은 이미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섰다. 

민족 최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유통가가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 소비 심리가 꿈틀대면서 유통가는 대목장사에 대한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올 설 소비는 알뜰 소비족과 고급품 소비족이 양분되는 양상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지난해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 유통가의 분석이다. 설을 앞둔 마지막 주말인 15일 저녁 서울 명동에 많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조금이라도 더 싸게…사전예약ㆍ모바일 구매↑=눈에 띄는 것은 대형마트의 설 선물 사전 예약 매출. 같은 물건이라도 사전 예약을 통해 산다면 30% 가까이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크게 올랐다. 16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설 시즌 전체 사전 예약은 지난해에 비해 58.3%나 신장했다. 가공(58.6%), 생활(37%), 신선(83.3%) 등 전 부문에서 고르게 매출이 올랐다. 그 결과 전체 선물 세트 매출에서 사전 예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까지만 해도 1.2%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에서도 올해 사전 예약 판매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55.4% 증가했다.

유통업계들이 모바일에서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강화하면서 모바일을 통한 구매도 늘고 있다. 알뜰 쇼핑족들이 더 낮은 가격을 찾아 오프라인에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설 명절 하루 전부터 사흘 후까지 나흘간의 모바일몰 매출을 비교한 결과, 전년(2013년)에 비해 78%나 신장한 것은 그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올해도 유통업체들은 모바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갖가지 혜택을 통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가령 롯데마트몰은 명절 직후 고생한 주부 고객들을 위해 20일부터 25일까지 ‘굿바이 명절 증후군’을 진행해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인다. 무료배송 쿠폰이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가 하면, 간편조리식, 잡화류 등을 저렴하게 판매할 예정이다.

송승선 롯데마트 온라인상품팀장은 “명절 기간 동안이나 명절이 끝난 직후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기 힘든 고객들이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경향이 높아진다”며 “이러한 고객 수요를 고려해 ‘명절 증후군’을 타파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했다”고 했다.

▶이왕하는 선물 통 크게, 고급 선물세트 ‘완판’ 행진=알뜰한 설을 보내기 위해 발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있는 반면, 유통가와 호텔가가 내놓은 고가의 고급 선물세트를 찾는 ‘통큰 소비자’들도 적잖다. 30만원대 이상 고가 선물세트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고, 이미 준비된 물량이 모두 소진된 경우도 많다. 1000만원을 훌쩍 넘는 한정판 초고가 선물도 판매됐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설을 앞두고 프리미엄 한우, 굴비, 와인 선물세트가 장르별로 많게는 두 배 이상 신장했다. 200만원의 프리미엄 참굴비, 120만원자리 명품 특대 봄굴비, 100만원의 명품 저염 재래굴비 특호 등 프리미엄 수산세트의 판매는 전년대비 116.1% 증가했다. 명품 목장한우 특호(100만원) 등 프리미엄 축산선물은 22.2%, 샤또 마고90(272만원)과 샤또 라피트 로췰드07(225만원) 등 고가 주류 선물은 10.5% 판매가 늘었다.

현대백화점 역시 30만원 이상 급 한우 세트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27.3%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이 단독으로 선보이는 47만원짜리 ‘현대화식한우 매’는 지난 13일에 준비된 600세트가 완판됐다. 65만원짜리 영광 마른굴비 세트는 경우도 준비한 물량 500세트가 전부 소진돼 추가 물량을 제작했을 정도. 44만원짜리 제주 흑한우 세트도 지난해보다 81.7% 판매가 증가했다.

올 설을 앞두고 호텔가가 내놓은 초고가 선물세트들도 주인을 찾았다. 올해 1월 초 인터콘티넨탈 서울이 설 선물로 내놓은 1300만원짜리 와인세트(한 세트 6병)는 같은 달 말 판매가 완료됐다. 한 세트 준비된 220만원 짜리 영광굴비 세트도 이미 판매됐다. 가장 많이 판매가 되는 50만원대 한우세트도 대부분 판매가 됐고, 100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는 준비한 50세트가 완판됐다. 호텔 관계자는 “고가 상품은 내놓자마자 예약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20만~100만원대 선물이 가장 판매가 잘 된다”고 했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설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고가 선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자 업계는 조심스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지갑을 닫았던 과거 주력 소비층이 서서히 소비를 늘려가고 있다는 신호”라며 “설을 앞두고 지난해와 확연히 분위기가 다르다”고 했다.

손미정ㆍ김성훈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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