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운전자들은 요즘 콧노래가 절로 난다고 합니다. 국제 유가가 1년새 반토막나면서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름값도 덩달아 줄었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사는 서울 강동구 일대도 ℓ당 1900원을 웃돌던 기름값이 요즘은 1400원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작년까지 자동차에 기름을 채우려면 보통 7만~8만원이 들었지만 요즘엔 4만~5만원이면 거뜬합니다. 기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올해부턴 주유소 가는 길이 기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반토막난 국제 유가 때문에 신바람난 게 어디 자동차뿐 일까요.
극히 일부지만 몇몇 공산품 가격이 내렸고, 다음달부턴 도시가스 요금도 하향조정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신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비만식품으로 불리는 햄버거와 청량음료 회사들입니다. 연말연시나 설 대목과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상품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롯데리아는 16일부터 버거류 14종과 디저트류 8종 등 22종의 상품에 대해 가격을 최고 300원가량 올려받기 시작했습니다. 3300원하던 불고기버거 및 새우버거는 3400원을 줘야 사먹을 수 있습니다.
롯데리아 측은 인상폭이 평균 3.0%라고 밝혔지만 햄버거를 자주 사먹는 서민 입장에선 한층 얇아진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햄버거 값을 인상한 곳이 롯데리아 뿐 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외국계 햄버거 업체인 버거킹은 일찌감치 지난달 20일부터 불고기버거 가격을 2700원에서 2900원으로 200원 올렸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와퍼와 와퍼주니어 등도 300~400원씩 재빨리 인상했습니다.
버거킹에 이어 롯데리아까지 햄버거 가격을 올리자 시중엔 맥도날드와 KFC 등 다른 업체들도 가격인상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파다합니다. 사실 을미년 가격인상 레이스를 시작한 것은 햄버거처럼 비만식품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있는 콜라나 사이다같은 청량음료 입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을미년 새해의 여운이 한창인 지난 1월9일 청량음료 칠성사이다를 비롯한 7개 주력 제품 가격을 평균 6.4% 올렸던 것입니다. 앞서 코카콜라도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를 틈타 역시 청량음료 1등 브랜드인 코카콜라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5.9%나 전격 인상했습니다.
제품 가격을 올릴 때면 단골메뉴같은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국제 원자재 시세, 국제 유가 등입니다. 올핸 국제 유가가 반토막났기 때문인지 국제 유가 소리는 쏙들어가고 원자재 탓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기업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100%는 아니지만 이들 기업의 말못할 고충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죽하면 소비자의 거센 불만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인상을 단행하겠습니까.
그러나 문제는 가격을 올린 상품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 비만을 유발하는 햄버거와 청량음료라는 점입니다. 이들 상품은 보건당국에서 비만식품으로 낙인 찍은채 학교 주변에서 퇴출시킨 먹을거리들입니다. 유독 ‘비만식품’ 소리를 듣는 식음료만 가격인상 레이스를 펼쳤다는 것은 곱씹어볼 일입니다.
비만식품의 나홀로 가격인상 행진은 분명 불쾌한 일입니다. 비만식품 회사들은 가격인상 이유가 무엇이지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솔직한 답변을 내놔야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소비자는 호갱님이 아니라 고객님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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