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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 쓰는 아이들…눈 머는 童心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10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의 4학년 교실. 수업 중인 22명 정원의 이 학급에서 37%에 해당하는 8명이 안경을 끼고 있다. 학교 신체검사 결과 4학년 전체로는 이보다 높은 55%의 학생이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학년의 안경 착용률은 무려 64%나 됐다.

안경을 끼는 아이들이 빠르게 늘더니 이제는 대세가 되고 있다.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도 학교건강검사에서 우리나라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강 문제는 시력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학생 중 시력이상 학생 비중이 55.1%를 기록했다. 초등학교 1학년 25.9%, 초등학교 4학년 50.6%, 중학교 1학년 67.2%, 고등학교 1학년 71.2%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았다.


아이들의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이유에는 과도한 인터넷ㆍ스마트폰 사용, 일찍부터 찾아온 학업 스트레스, 야외활동 축소로 인한 시(視)기능 감퇴, 수면부족 등이 꼽힌다. 안경 낀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동심(童心)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단 지적이다.

서대문구 냉천동에 사는 4학년 김모 군은 3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원어민 영어, 수학, 한자, 태권도 등 주중에 다니는 학원만 네 곳이다. 학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7시쯤 되는데, 저녁을 머곡 바로 엄마가 내준 수학 숙제를 하면 밤 9시가 된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짬짬이 하루에 1시간 정도 하고, 컴퓨터는 주말에 2시간 정도 이용하고 있다.

김 군은 “안경을 써서 불편한 점은 뜨거운 거 먹을 때 김이 서리는 것”이라며 “이젠 안경 없으면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6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최모(41) 씨는 “아이가 겨울방학 때 한달 정도 방에 엎드려 책만 보더니 눈이 확 나빠져 버려 안경을 씌우고 있다”며 “밤에 ‘드림 렌즈(시력교정 렌즈)’나 끼워야지, 공부 환경이 이런데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초등학교 교사인 한모(34) 씨는 “고학년이 될수록 안경 쓰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옛날엔 안경 쓰면 애들이 ‘와’했지만 이젠 평범한게 돼버렸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2013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17세 이하 아이들의 안경착용률이 29.9%로 집계됐다. 9~11세는 32.8%를 기록했고, 12~17세의 경우는 45.3%로 높게 나타났다. 3~5세 유아 중에서도 안경을 끼는 아이들이 2.6%나 됐다.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도 높은 수준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 공립대의 2005년 연구 결과 12~16세의 근시(近視) 유병률이 22.3%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경 착용률은 이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만수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근시가 취약한 데다 근시는 눈을 혹사시키는 것에 원인이 있다”며 “안경 끼는 아이들이 늘어난 것에는 스마트폰을 쉼 없이 보는 습관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들은 스마트폰을 하루 평균 2.6시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과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2008~2012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2~18세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80.4%를 기록했다.

또 안과학회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근시 유병률은 1970년대엔 8~15%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에 23%로 증가했고 1990년대엔 38%로 더 늘더니 2000년대 들어선 46.2%까지 높아져 40년 전에 비해 약 5.8배 많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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