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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판 셜록홈즈’ 꿈을 키우는 사람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만약 우리나라에 합법적인 탐정이 있었다면, 저도 사기를 당했을 때 변호사를 선임하는 대신 탐정에게 의뢰를 했을 겁니다”

최근 동국대학교에서 ‘민간조사 최고위과정’을 수료한 지현준(50) 씨는 이른바 ‘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원’(PIAㆍPrivate Investigation Administrator)이 많아질수록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 씨가 처음 탐정의 꿈을 꾸게 된 것은 ‘셜록 홈즈’와 ‘괴도 루팡’을 탐독하던 초등학생 시절. 

*사진설명=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민간조사원’(사설탐정) 육성 정책이 1년째 표류하는 사이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와 같은 음성적 민간조사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국판 셜록홈즈’ 탄생을 위한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불법ㆍ편법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사진은 한 민간조사원 양성기관 모습.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그러나 당시에도 우리나라에는 탐정이란 직업은 없었고, 결국 지 씨는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민간조사원이란 직업이 떠오르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지 씨는 오랜 고민 끝에 꿈을 좇아 ‘덜컥’ 하던 일도 접고 민간조사원 양성소에 등록을 하게 됐다.

외화에서나 존재하던 ‘탐정’이 현실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 씨처럼 뒤늦게 ‘탐정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수천명이나 된다.

11일 한국민간자격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올해까지 약 2600명의 ‘탐정 지망생’들이 민간조사원 양성 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총 12주에 걸쳐 진행되는 양성 교육은 정보 수집과 문서 읽기 등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부터 화재감식, 범죄심리, 보험범죄 조사 등 다소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넓게 걸쳐있다.

의뢰 수행 과정에서 자칫 조직폭력배 등의 표적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체포호신술과 합기도, 특공무술 등도 필수 교육이다.

의뢰인을 비롯한 조사대상의 개인 정보를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직업 윤리 교육도 철저히 받는다.

하금석 대한민간조사협회 회장은 “많은 이들이 민간조사원을 ‘심부름센터’나 ‘흥신소’ 직원 등으로 오해하지만 엄밀히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진정한 민간조사원이라면 철저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사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문 교육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1년에 2차례 열리는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1차 시험에서는 PIA민간조사학개론, 범죄심리, 법학개론을, 2차 시험에서는 PIA민간조사관계법, PIA민간조사실무를 평가한다.

비록 우리나라가 공식적으로 ‘탐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 공인 자격증은 나오지 않지만, 시험을 모두 통과하면 민간 자격증은 취득할 수 있다.

물론 지 씨의 사례처럼 대부분의 민간조사원이 탐정이 되고자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것은 아니다. 외려 기존 업무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발을 들여놓은 경우가 많다.

현직 군인이나 경찰, 경호원 뿐 아니라 보험조사원, 신용정보회사 직원 등 중에도 자격증 소지자가 1500명 남짓 된다.

부동산 관리 회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던 김성도(55) 씨도 지인들의 부탁으로 조상 땅 찾기 대행을 하다 본격적으로 민간조사업의 세계에 발을 담갔다.

김 씨는 “조상 땅 찾아주는 일이 사람 찾는 일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현재는 의뢰인이 수사기관에 고소ㆍ고발을 하기 전 증거를 찾는 조사를 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간조사원이 국가 공인 자격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현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이 한계다.

개인정보 열람은 ‘당연히’ 불가능하며, 건물 내에 찾는 사람이 있는지조차도 확인하기 힘들 때가 많다.

이에 대해 하 협회장은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직원과 달리 민간조사원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보를 접하고 다루기 때문에 정부에서 민간조사 제도를 제대로 정립해 확실한 선을 그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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