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검ㆍ경 관할권 다툼에 ‘한국판 셜록홈즈’ 법안통과 하세월
[헤럴드경제=서경원ㆍ양대근 기자] 탐정 관할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은 첨예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양측의 이 같은 대립은 해묵은 수사권 갈등 만큼이나 오래됐다. 지난 1990년대부터 정치권은 여러차례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탐정업 관련법 제정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검ㆍ경 대립에 번번이 막혀 시간만 보내다가 흐지부지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檢 “투명성ㆍ적법성” vs. 警 “효율적 관리” = ‘탐정업’(private investigation)이란 의뢰인을 대리해 각종 사실관계나 정보를 조사ㆍ수집한 뒤 제공하는 서비스업을 말한다. 민간이 담당하기 때문에 ‘민간조사업’으로도 불린다. 미국ㆍ유럽 등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직종으로 연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회사도 즐비하다.

경찰 측은 탐정의 기본 성격이 경찰과 유사한 만큼 자신들을 통해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경찰관서가 지역마다 체계적으로 자리잡고 있어 별도로 들어가는 국가비용이 적고, 여기에 유사한 직역인 경비업ㆍ총포업 등에 대한 관리감독도 이미 경찰에서 하고 있는 점도 주요 근거로 제시한다.

반면 법무부는 적법성과 투명성 유지를 내세우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탐정업이 활발해질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현직 경찰과 퇴직 경찰 간 유착ㆍ내부정보 유출 등을 방지하고,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탐정업을 관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외연 확대를 막기 위한 기싸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둘 사이의 대립은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현재 19대 국회에 제출된 탐정업 관련 법안은 총 2개다.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경비업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고, 이듬해에는 같은 당 송영근 의원이 ‘민간조사업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두 법안 내용은 사실상 비슷하지만 관할권에서 차이가 있다. 윤 의원 안은 경찰, 송 의원 안은 법무부 관할을 명시하고 있다. 18대 법안 논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민간조사원’(사설탐정) 육성 정책이 1년째 표류하는 사이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와 같은 음성적 민간조사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국판 셜록홈즈’ 탄생을 위한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불법ㆍ편법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사진은 한 민간조사원 양성기관 모습.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찬반 의견도 팽팽…“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 없도록 대비해야” = 검ㆍ경 갈등이 극심해지는 사이 탐정업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대표적이다.

대한변협 측은 “현재 국가 공권력에 의한 정보수집 활동도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문제가 되는 상황”며 “국가 공권력도 아닌 일반 민간업자에게 국민의 개인 정보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탐정업이 활성화 될 경우 사생활과 인권 침해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탐정업 도입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허가받은 업체를 제대로 관리하면 오히려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유출 등 불법행위를 줄일 수 있다”며 “경찰력이 미치기 어려운 영역을 보충해주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 업체의 국내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996년 대한민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외국업체가 한국에서 민간조사 활동을 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국내 업체가 같은 일을 할 경우에는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은 “국내 민간조사시장을 외국 회사가 선점하고 있는 불합리성을 하루 빨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장기 미제사건 해결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91년 ‘대구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이후 실종자 가족들은 경찰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사립탐정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bigroo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