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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해결사들’
[헤럴드경제=양대근ㆍ배두헌 기자]한국인에게 탐정은 친숙하면서도 생소한 직업이다. 영국 BBC드라마 ‘셜록’ 등 관련 문화 콘텐츠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정작 일상에서 탐정을 만나기는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4개 회원국 중에서 탐정업을 합법으로 인정하지 않은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옆나라인 일본만 보더라도 약 6만명이 넘는 민간조사업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시장 규모도 수천억엔이 넘는다. 미국 탐정기업 중에는 연방수사국(FBI)보다 사실조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곳도 상당수 존재한다.

탐정업이 단순한 서비스 산업을 넘어 치안기능 보완이나 재판 증거 확보 등 개인권리 구제수단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설명=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민간조사원’(사설탐정) 육성 정책이 1년째 표류하는 사이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와 같은 음성적 민간조사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국판 셜록홈즈’ 탄생을 위한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불법ㆍ편법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사진은 한 합법 민간조사원 양성기관 모습.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반면 국내 상황은 이들과 비교하면 명함도 내밀기 힘든 수준으로 지적된다. 흥신소ㆍ행정사무소ㆍ심부름센터라는 간판을 달고 음성적인 영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바람 핀 배우자 뒷조사나 연락 끊긴 동창생을 찾는 일처럼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사실상 불법이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과도한 금액을 요구하거나 중간에서 사기를 치는 등 또다른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정부는 ‘신직업 육성 추진계획’에 따라 사립탐정으로 불리는 민간조사원을 합법화하고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1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정부의 사립탐정 도입 논의는 전혀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탐정의 권한과 관할을 놓고 법무부ㆍ경찰청ㆍ대한변호사협회 등 부처와 유관기관들이 첨예한 의견 대립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발표했던 민간조사원 육성 추친계획은 ▷관계부처 간 협의체 구성 ▷관련 법안 입법지원 ▷교육 과정 및 국가자격 신설 등 크게 세 가지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들 중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는 건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부처 간 협의체는 1년 동안 제대로 된 공청회 하나 열지 못했고 새누리당의 송영근ㆍ윤재옥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은 수년째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이처럼 ‘한국판 셜록홈즈’ 육성법안이 표류하는 사이 신부름센터와 흥신소 등 불법 업체들이 난무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업체는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손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11일 한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흥신소’ 키워드로 검색하면 37곳, ‘심부름센터’의 경우 39곳의 업체가 검색 화면 최상단에 위치한 프리미엄광고에 노출돼 있다.

같은 방식으로 검색시 ‘세무사’가 34곳, ‘법무사’는 41곳이 이같은 광고에 노출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음성적 민간조사업의 규모가 어느정도에 달하는지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발견한 한 업체에 기자가 전화를 걸어 ‘결혼을 앞둔 여자친구의 미행과 뒷조사’가 가능한지 묻자 별 대수롭지 않게 “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행은 하루에 50만원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고, 조사 대상의 주소와 전화 번호, 차량 번호와 회사명 등을 필요로 했다.

업체 직원은 “보통 일주일 쫓아다녀보면 남자 관계가 다 나온다”면서 “단 그 기간 동안은 의뢰인이 조사 대상을 만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주운전이나 사기 등 전과기록은 쉽게 알 수 있으며, 미스터리한 가족관계도 알아봐 줄 수 있다”며 건당 4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직원이 먼저 나서서 위치 추적이나 도청, 스마트폰 해킹까지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업체 직원은 “핸드폰 기종만 알면 해킹을 통해 녹음기를 작동시켜, 소지자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어나는 일을 녹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 사무실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라면서도 “가격은 300만원으로 조금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뢰인이 조사 대상의 전화기를 5분간만 만질수 있으면 통화내역과 카카오톡 내용까지도 다 볼 수 있게 해 준다”면서 1000만원의 비용을 얘기하기도 했다.

다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같은 증거자료는 들려주거나 보여줄 순 있어도 의뢰인에게 넘겨주진 않는다”면서 “나중에 법적 시비 가 붙었을 때 (우리가) 피곤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자가 “여자친구가 만나는 또 다른 남자가 있는데 해코지 할 수 있는가”라며 폭행 등을 암시하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런 은밀한 이야기는 전화로는 말해 줄 수 없으니 직접 만나서 얘기하자”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들 업체는 전화상으로는 사무실 위치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원하는 경우 의뢰인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상담이 가능하다고만 설명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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