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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어져 가는 ‘한국판 셜록홈즈’의 꿈
[헤럴드경제=양대근ㆍ배두헌ㆍ박혜림 기자] #가출한 아내를 찾고 있던 A 씨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심부름센터 광고를 보게 됐다. 아내가 살고 있는 곳과 내연남의 신상까지 밝혀주겠다는 심부름센터의 말에 절박했던 A 씨는 3차례에 걸쳐 350만원을 건네줬다. 하지만 심부름센터의 얘기는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처음부터 착수금만 노린 사기범이었던 것. 이 심부름센터 대표는 징역 1년 9월의 실형에 처해졌지만, 아내에 돈까지 잃은 A 씨는 상실감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신(新)직업군 중 하나인 ‘민간조사원’(사설탐정) 육성 정책이 1년째 표류하면서 흥신소와 심부름센터 등 음성적 민간조사업체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

배우자 불륜 감시나 채무상환 등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합법적인 업체 설립이 불가능해 불법ㆍ편법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3월 정부가 발표한 ‘민간조사원’(사설탐정) 육성 정책이 1년째 표류하는 사이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와 같은 음성적 민간조사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국판 셜록홈즈’ 탄생을 위한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불법ㆍ편법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사진은 한 민간조사원 양성기관 모습. 사진=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이들은 미행이나 도청, 위치추적에서부터 폭행, 납치, 살인에 이르기까지 온갖 불법적 활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음성적인 민간조사업체에 대한 공식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략 4000~5000여개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희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유사 허가업체 1600여개 외에 무등록업체까지 합치면 약 4000개로 추산된다”면서 “2013년 상반기 이뤄진 단속 건수만도 332건으로 전년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합법화가 늦어지면서 정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 소장은 “사무실이나 업체 명칭 조차 없는 개인적 활동까지 포함하면 2014년 기준 5000여개 업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지난 2008년에 2600여개 업체가 운영되던 것과 비교하면 6년새 2배 정도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셜록홈즈’의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국회 관계자는 “(작년 정부 발표 이후) 학계나 업계에서 문의나 조언은 많이 들어왔지만 정작 정부ㆍ국회 차원에서 논의는 진전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논의가 멈춘 상황이기 때문에 법안 자체가 그대로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토로했다.

‘제 2의 셜록 홈스’를 꿈꾸던 탐정 지망생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격관리협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민간조사사(PIA) 최고위과정을 수료한 학생은 2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다른 민간업체 수료생 등을 합치면 약 3000명에 가까운 지망생들이 탐정 양성화만 목놓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강영숙 경운대학교 교수(경호학)는 “탐정 관련 업무가 음성적ㆍ불법적으로 사회에 만연해 있는 등 (제도 도입에) 많은 난관이 따를 수 있다”며 “하지만 탐정 업무 서비스를 통한 국민의 치안서비스 해결,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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