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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사 비용증가로 외면...후분양 아파트 공급가뭄
#.구리시 전세 아파트에 살던 A 씨는 2~3년 후 새 집을 장만하려고 했다가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자 지난해말 후분양 아파트를 구입했다. 올 5월 입주를 앞둔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 공정률 70%를 넘어선 상태였다. A 씨는 “목돈이 전셋집에 묶여 분양대금 마련이 걱정이었는데, 입주까지 대기기간이 짧아 대출 이자 부담이 적은데다 짓고 있는 아파트를 직접 보고 계약해 안심이 된다”고 했다.

서울 등 수도권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계약 후 수개월내 입주할 수 있는 후분양 아파트가 전세에서 내집마련으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건설 비용을 소비자가 떠안는 선분양 방식을 건설사들이 선호하면서 후분양 아파트는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려면 선분양제 중심에서 벗어나 후분양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6일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 기준 10대 건설사들의 2015년도 주택 공급 계획에 따르면, 올 분양을 앞둔 후분양 아파트는 한 곳도 없다. 특히 지난 2013년 7ㆍ24 조치로 도입된 대한주택보증의 ‘후분양 대출보증제’(공정률 80% 이후 분양 시 대출보증 10% 추가 제공)의 보증 승인 실적은 지난 5일 현재 5곳, 2403억원에 불과하다. 이중 4곳은 미분양 아파트 또는 선분양으로 선회했거나 그럴 예정이라 현재로서 후분양 예정 단지는 이르면 내년 2월 분양되는 경기 양주 옥정지구 A9블록 ‘양주신도시 3차 푸르지오’ 744가구, 한곳 뿐이다.

후분양되는 공공분양 아파트도 공급 가뭄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올해 SH공사에서 공정률 60%를 넘겨 공급하는 물량은 마곡지구, 상계동 보금자리지구, 신정4보금자리지구 등 6개 단지 총 888가구다. 전년 1600가구 대비 절반 수으로 쪼그라든 것. LH는 지난해 9ㆍ1 부동산 대책에 따라 올해 수원호매실지구 B8블록 430가구와 행정중심복합도시 3-3 M6블록 1522가구를 후분양 시범사업으로 추진, 겨우 첫발을 내딛은 단계다.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아파트 후분양을 점진적으로 유도해오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건설사들 입장에선 건설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 ‘땅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선분양을 선호하고 있다. 일각에선 후분양제를 확대하면 주택 공급이 위축돼 살아나는 주택시장의 발목을 잡고, 아파트 분양가 인상을 부추길 것이란 논리도 편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후분양을 하면 금융비용이 원가에 반영돼 분양가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도 시장 자율 기능을 내세워 굳이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해 후분양제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은 없다는 입장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금융환경에선 후분양제를 확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리츠나 펀드 등을 활성화해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환경을 개선하고, 용적률ㆍ건폐율이나 인ㆍ허가 혜택 등 ‘당근’을 늘려 후분양을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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