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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전월세 783만가구, 소용돌이 중심에 서다
2~3% 저금리 시대
‘전월세전환율’ 6% 넘어
집주인들 너도나도
월세로…월세로…

부동산 시세차익 어렵자
매달 안정적 수익으로
투자패턴도 바뀌어

찾는 사람 많은데 물건없어
전셋값 자연스레 고공행진



대한민국 임대시장은 지금 급격한 변화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4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 월세는 430만가구로 전세(353만가구)보다 77만 가구나 많다. 임대시장의 비율로 따지면 전세는 45%, 월세는 55%를 차지한다. 2012년 조사했을 때보다 월세는 349만가구에서 81만가구 늘었지만 전세는 382만가구에서 28만가구 줄었기 때문이다. 전세가구 수가 줄어든 것은 조사 이래 처음이다. 


임대시장의 주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은 집주인의 입장에서 전세보다 월세를 놓는 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인 ‘전월세전환율’은 대부분 지역에서 6% 이상이다. 서울에서 소형 주택의 전월세전환율은 8%를 넘는다. 2~3% 저금리 시대에 집주인이 수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넣어선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수익률이다.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이나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 봤자 5% 수익률도 확보하기 어려운 요즘 투자시장에서 집주인의 월세 선호도는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 임대시장에서 월세가 계속 확대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세는 집값이 계속 올라야 존재할 수 있는 제도다. 집값 상승폭이 물가 상승률은 물론, 집을 보유하는데 들어가는 각종 세금과 유지 보수비용, 감가상각에 따른 가치하락 등 보다 더 커야 전세를 놓을 이유가 생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인 지난 2008년 이후 주택 매매시장이 침체에 빠져들면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더 이상 과거처럼 집값이 오를 일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집주인들은 집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던 투자패턴에서 매월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얻는 쪽으로 빠르게 인식을 바꿨다. 임대시장에서 전세 물건이 계속 감소하고 월세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월세로 전환하는 전세가 늘어나면서 전세 물건은 줄어드는데 찾는 사람들은 여전하므로 전세가격은 자연스럽게 오른다. 전국 전세가격은 2009년 3월 이후 올 1월까지 71개월 연속 상승했다.

반면, 월세시장에는 반대현상이 생긴다. 전세에서 바뀌는 월세가 늘어나면서 월세 물건 공급은 늘어났지만 월세 선호도는 여전히 낮아 수요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는다. 전국 월세 가격이 지난달까지 22개월 연속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기록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세시장이 금방 사라지긴 어려울 듯 하다.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은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할 빚인데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3% 정도의 낮은 경제 성장률에 실질 임금상승률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고,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가계부채만 10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어디서 전세보증금을 마련해 월세로 돌리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집주인이 세입자에 돌려줘야 할 임대보증금 부채 비율은 300조원을 넘는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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