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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서류더미 던지고 현장으로 나간 행자부 국장들
행정자치부 본부 국장급 17명 전원이 26일부터 닷새간 일제히 재량근무에 들어갔다. 인사복무 규정에는 있지만 지금까지 어느 정부 부처도 실행하지 않은 파격적 조치다. 이들은 세종로청사 사무실에 출근하는 대신 현장을 둘러보거나, 독서와 등산 등으로 재충전 기회를 갖고 있다. 이런 여유있는 시간을 만든 건 정종섭 장관이다. 행자부가 수행해야 할 참신한 국가혁신 과제 아이디어는 회의와 보고서 더미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행자부의 실험적 재량근무가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기대가 크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모처럼의 여유로움을 마음껏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동안 잃었던 현장감 회복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지자체를 찾아 지역공동체 발전 방안을 들어보거나, 산하 사업장에서 청취하는 애로는 당장 실무에 반영될 수 있는 것들이다. 또 6~7명의 국장들이 그룹을 이뤄 NHN 본사와 구글코리아, 유한킴벌리 등 민간기업을 방문한다는 계획도 평가할 만하다. 정부부문을 혁신하려면 민간기업의 문화와 혁신에 대해 경험하고 배우는 것은 필수다.

현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까지 나서 ‘암덩어리’를 ‘단두대’로 보내라고 몰아붙여도 각종 규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게 다 일선 공무원들의 현장감이 절대 부족한 탓이다. 푸드트럭의 경우처럼 마지못해 규제를 풀어도 전혀 실효성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유치원 입학 대란, 금융기관들의 정책 금융 실적 부풀리기 등 여러 형태의 고질적 탁상행정 역시 정책 당국이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들이다.

그러나 잘 짜여진 일정에 따라 방문하고 매끄럽게 포장된 브리핑을 듣는 ‘예정된 현장’에선 큰 의미와 성과를 찾기가 어렵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가는 현장이라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이번 행자부 국장급 재량근무가 돋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자부는 다음 달 간부회의를 통해 재량근무 성과를 공유하고 그 대상을 과장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행자부 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재량근무를 충분히 활용하고 현장을 더 챙기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하긴 재량근무가 아니더라도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은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열번의 회의와 백장의 보고서 보다 한번의 현장방문이 더 생산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당면한 개혁도, 규제도 현장속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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