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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 알바의 외침 “우린 못나서 잉여가 아니다”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검은 쓰레기 봉지를 양 손에 들고 있는 맥크루(McCrew). 맥크루는 맥도날드의 알바(아르바이트)생을 일컫는 말이다.

맥크루 신민(30) 작가는 우리 사회가 흔히 말하는 ‘청춘 잉여’다. 서른살이 다 되도록 변변한(?) 직업 없이 비정규직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맥도날드 매장의 파트타이머로 일하면서 수집한 냉동 감자 봉지들로 인간 군상의 조형물을 만들었다.

맥크루 신민의 말에 따르면, 햄버거 세트 주문이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준비하는 것이 프렌치 프라이란다. 세트 구성품 중 가장 양이 많기 때문. 주문량에 맞춰 새 냉동감자 봉지를 부어 넣고 튀기기를 반복하다 보면 엄청난 양의 빈 냉동감자 봉지가 쏟아진다고 했다. 마치 현대인의 몸과 정신을 구성하는 주성분이 감자튀김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그는 이 냉동감자 봉지들로 기업의 이윤증대에 기여하는 값싼 노동력의 희생자들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 신민, 거대한황금아치 [사진제공=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문화재단(대표 조선희)이 홍대 앞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정신과 상상력에 투자하는 소액예술지원사업 ‘소액다(多)컴’의 시즌 2 결과물이 현재 서교예술실험센터(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서 전시되고 있다. 2009년 6월 개관한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서울시의 창작공간사업의 일환으로, 마포구 옛 서교동사무소를 ‘재활용’ 해 새롭게 만든 예술창작공간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서울시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서교예술실험센터는 홍대 앞 문화 생태계를 잇는 거점 공간으로, 젊은 예술가들의 풋풋함과 기발함이 가득한 개성있는 전시, 공연 등이 펼쳐진다.

신민 작가는 지난해 소액다컴 시즌 1을 통해 ‘견상(犬狀)자세하는 알바생’이라는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견상자세란 개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처럼 보이는 자세로, 요가 동작 중 하나다.

작가는 이 사회가 “견상 자세를 요구한다”고 했다. 기업들은 “견상 자세가 좌골 신경통에 탁월하다”고 말하지만 알바생 신민은 원치 않는 견상 자세는 ‘엎드려 뻗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청춘 알바,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은 좌골 신경통이 아닌 ‘생존’이라고 외친다.

잉여라고 불리는 이들 청춘 알바들에게 기업은 인내하고 견디면 꽃이 필 것이라고 말하지만 작가는 거부한다. “잉여에겐 꽃 따위 피지 않는다”고. 노동으로 생존할 수 없다면 저항해 생존해야 한다고. 랩퍼는 디스하고 무용수는 춤을 추고 미술가는 그림으로써 저항하라고. 그리고 행동하고 척추를 펴라고.

이번 작품에서 맥크루는 척추를 폈다. 무거운 쓰레기 봉지에 두 팔이 휘청거리지만 그래도 일단 척추는 폈다. 다음엔 고개를 들 수 있을까. 전시는 1월 31일까지.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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