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청소년에 ‘번제’ 재현…염소도살 교회 수사착수
성서의 구약(舊約)시대 제사의식인 ‘번제(burnt offering)’를 재현한다며 청소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아 있는 염소를 도살하고 가죽을 벗겨내는 ‘엽기적인’ 연극을 진행한 교회 관계자 5명이 검찰에 넘겨졌다<본지 2014년 12월 26일 보도>. 당시 현장에는 중ㆍ고등학생 100여명이 참석해 있었다.

충남 서산경찰서는 이 같은 연극을 기획한 충남 소재 감리교 계통의 모 교회 목사 A(58) 씨와 직접 염소를 도살한 3명 등 교회 관계자 4명을 동물학대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연극을 촬영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교회 관계자 1명은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7월 28일 충남 태안 근흥면에서 충남 지역 6∼7개 교회를 모아 청소년수련회를 열고 성서에 나오는 번제를 재현한다며 공개된 장소에서 살아있는 염소를 도살하고 가죽을 벗겨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연극을 기획한 목사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개된 곳에서 동물을 도살하는 것이 법률에 위반되는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법 8조는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규정한다. 동물학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사건은 동물자유연대가 지난달 ‘동물을 도살하는 동영상이 있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아 이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최초 알려졌다.

번제는 히브리어로 ‘올라간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로 제물을 태워 그 연기를 신께 올리는 제사를 가리킨다. 성서의 구약시대 유대교 제사의식 중 하나이다. 주로 양ㆍ소 등 가축을 희생 제물로 삼아 털을 벗겨내고 각을 떠 불에 태우는 행위를 통해 사람의 죄값을 동물이 대신 치르게 하는 의미라고 한다.

윤철호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는 “번제는 일부 유대인들이 지금도 하고 있는 의식으로 알려졌지만 우리나라 기독교에서는 하지 않는 행위”라고 했다. 윤 교수는 이어“꼭 해야 한다면 상징적인 장치를 동원해 퍼포먼스 차원에서 해야지 실제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