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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권대봉]신임 교수들을 교도소로 보낸 까닭은?
인성교육이 직업교육과 더불어 박근혜정부 교육정책 양축의 하나로 부각됐다. 황우여 부총리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교육이 필요한 만큼 인성교육과 직업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29일에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진흥법에 의해 올해 7월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성교육에 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하고,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는 인성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한다.

이 법에 따라 국가인성교육진흥위원회와 국가인성교육진흥원이 설치될 예정이다. 교육부장관은 5년마다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하며, 각급 학교장은 매년 인성교육계획을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교사의 인성교육연수가 의무화되며, 교사가 되려는 대학생들은 인성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하게 된다.

공자는 논어의 안연(顔淵)편에서 ‘군왕은 군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君君臣臣),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父父子子)’ 살도록 하는 일이 정사(政事)라고 정의했다. 군군신신(君君臣臣)은 정사의 근본이지만,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으로 인해 가정사의 근본인 부부자자(父父子子)의 몫까지 국가적 정사의 범주내로 들어왔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를 민주시대 버전으로 바꿔보면, ‘윗사람은 윗사람답게 아랫사람은 아랫사람답게(上上下下), 스승은 스승답게 제자는 제자답게(師師弟弟),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父父子子)’가 될 것이다.

동법에 의하면, 인성교육은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ㆍ공동체ㆍ자연과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며, 인성의 핵심가치는 ‘예(禮),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이다.

이러한 가치는 가정에서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학교에서 스승은 스승답게 제자는 제자답게, 지역사회와 일터에서 윗사람은 윗사람답게 아랫사람은 아랫사람답게 살 수 있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인성교육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사는 물론 교사를 양성하는 대학교수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교사와 교수의 마인드를 바꾸려면 교육방법이 교실중심에서 현장중심으로 변해야 한다.

20년 전 일이다. 미국 조지아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이 학교 교육심리학과에 부임한 후배를 만났더니, 대뜸 “교도소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신임교수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의 일부로,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기 전에 교도소로 보내어 수형자들과 대화하도록 소통의 장을 만든 것이었다.

학교는 왜 신임교수들을 교도소에 보냈을까. 교도소만 견학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수형자들과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전공교육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필요함을 인식시키기 위함이었다. 죄수복을 입은 수형자들이 신임교수들에게 “인간교육을 소홀히 하면 오늘의 학생이 내일의 수형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했다고 한다. 학생들을 대할 때 마다 수형자들의 메시지가 떠오르게 만들어 전공교육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을 하도록 교수의 마인드를 바꾼 사례다.

“교도소 이외에 어디를 다녀왔냐”고 물었더니, “삶의 밝은 현장과 어두운 현장을 찾아 그곳에 사는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세상물정을 익혔다”는 대답을 들었다. 공장과 농장을 찾아가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학부모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 삶의 애환을 들었고, 그들이 대학 교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 일정은 주지사가 주립대학 신임 교수들을 격려하는 만찬프로그램이었는데, 교수들이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자긍심을 갖게 만드는 자리였다고 한다.

20년 전은 물론 오늘날에도 한국의 교사나 교수 양성이나 연수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현장중심 프로그램이다. ‘상상하하(上上下下), 사사제제(師師弟弟), 부부자자(父父子子)’가 구현되려면 현장중심 인성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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