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존 합병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합병한다면 지배지분이 되는 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할 까닭이 없다. 블록딜 불발은 합병이 다시 탄력받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 정 회장 부자는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1460주(43.39%) 중 502만2170주(13.39%)를 매각키로 하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 모집에 착수한 바 있다.
이에 업계는 정 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대금으로 현대차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블록딜이 불발된데다 현대차 측이 13일 “(블록딜 재개여부는)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힘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글로비스 주가는 상승한 반면 모비스 주가는 지난해 한전부지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여파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모비스 주식을 사들일 적기인 셈이다. 시장에서도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주식가치를 높여 모비스 지분과 교환을 추진하려 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그러나 정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주식 매각 방침이 알려지자, 이 주식은 전날 시간외 거래에서 하한가까지 폭락한 반면 모비스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이전과 180도 바뀐 모습이었다.
결국 글로비스 주가의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외면하면서 블록딜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규모 물량도 부담이었다. 정 회장 부자가 내놓은 물량은 글로비스 하루 거래량의 100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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