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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홀릭]아세톤으로 지워 버린 북아현동, 풍화의 흔적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철거된 건물의 잔해물들이 쌓여 있다. 방치된 공간 밖으로는 나무들이 아무렇게나 자라 있다. 도심 속에서 종종 마주치는 풍경. 젊은 사진작가 유영진(27)의 작품 ‘The Weathering(풍화)’다.

북아현동 재개발 지역에서 포착한 폐허 공간을 사진으로 찍은 뒤 아세톤으로 지웠다. 사진 속 풍경의 지워진 흔적들이 눈물처럼 프레임 밖으로 흘러내린다. 사라져가는 풍경 속에서 삶의 흔적을 반추하는 쓸쓸한 시선이 전해진다.

김승영, 고명근, 이혜승, 유영진 작가가 참여하는 ‘플로베르의 침묵(Silence of Flaubert)’전이 2월 24일까지 삼청로 갤러리스케이프에서 열린다. 

유영진, The Weathering, 피그먼트 프린트 아세톤, 97x130㎝, 2013 [사진제공=갤러리스케이프]

플로베르의 침묵이라는 전시 타이틀은 문학이론가 제라르 주네트(Gérard Genette)가 1966년에 쓴 글에서 가져왔다. 프랑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소설의 상세한 설명이나 묘사보다는 언어의 본질 그 자체를 탐구했던 실험정신을 미술로 가져왔다.

전시를 기획한 심소미 큐레이터는 서문을 통해 “작품의 이야기가 침묵하고 시선이 굳어지는 정적의 순간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미지가 아닌, 불투명하고 모호한 침묵의 언어로 시각미술의 깊이 있는 세계에 닿으려는 시도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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