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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개혁 등 투자 효율성 개선…성장 잠재력 끌어 올려야”
다시 한번 뛰어오를 것인가, 장기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인가. 2015년 대한민국 경제는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3%대로 추락했다. 중국은 무섭게 몸집을 불리고 있고, 일본은 엔저를 등에 업고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전 세계 경제가 또한번 휘청일 수 있다. 그래서 정부와 기업들의 새해 첫 일성은 초조하고 다급하다.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현실의 위기를 뛰어넘는데 급급해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멀리 내다봐야 한다. 더이상 빠르게 성장할 수 없다면 우리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해야 한다. 헤럴드경제는 현대경제연구원과의 신년 공동기획 ‘광복 70년, 산업 70년 : 경제, 산업 그리고 삶의 변화’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2015년 우리 경제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짚어보는 대담을 마련했다.

대담 : 이수곤 산업부장

-사회자=잠재성장률이 3% 중반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의 최근 실질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새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성장을 좌우할 가장 큰 요인은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입니다. 인구구조 변화는 다른 사회경제적 변화에 비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합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들이 긴 호흡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면, 유연한 이민 정책을 펼쳐 생산가능인구를 확대해 성장잠재력을 쌓는 방안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
저출산 고령화 따른 인구구조 불안…꾸준한 출산장려·유연한 이민정책 추진…생산가능 인구 확대가 최우선 과제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의 효율성 개선을 통해 생산성 증대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참여율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R&D 투자지출은 높지만 이에 따른 지적재산권 수익이나 상품화에 따른 수익은 적어요. 단순한 투자 증대 보다는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데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합니다. 노동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교육개혁과 기술인력 배양 등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길을 열어주는 게 매우 중요해요. 이를 위해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와 갈등을 제거해야 하고, 대기업을 배제하는 정치 사회적 분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 경제는 제조업 비중이 큰 편입니다. 우리 경제를 먹여살렸던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의 빠른 추격, 엔저를 활용한 일본의 분투로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제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요

▶김 원장=우리 전통 제조업들은 엄청난 구조개혁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생산구조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더이상 올바른 전략이 아닙니다 . 따라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 프린팅 등 IT 분야에 등장하는 새로운 변화를 과감하게 도입해 ‘스마트 제조업’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수요의 변화를 미리 예견하는 능력도 키워야 합니다.

▶하 원장=2011년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 이사장인 로버트 앳킨슨은 제조업 정책 수립시 고려해야할 4가지 영역을 제시했습니다. 세제(Tax), 교역(Trade), 기술(Technology), 인력(Talent) 등 이른바 ‘4T’입니다. 우리도 4T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R&D투자의 효율성 제고, 개방과 규제 철폐를 통한 경쟁의 강화, 시장수요에 부응하는 전문 인력의 양성 등이 시급합니다.

▶이 원장=우리나라는 이미 중견국에 도달해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아니라, 기업이 국내 및 국제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있다고 봅니다. 민간기업에서는 어려운 기초학문, R&D 투자를 정부가 제공해줘야합니다. 질서 있는 시장 경제, 규제개혁, 창조경제를 통해 기업을 밀어주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무역 및 역외투자환경을 개선해주는 것도 또다른 예이죠.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규칙·+원칙 지키며 자비 베풀고…양질 일자리로 빈부격차 해소하고…공동체 의식 살려 삶의 질 제고를

-그동안 여러 정부에서 서비스업의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려했지만, 아직 큰 성과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국 서비스업은 어느 분야에서 미래를 찾아야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이 해결되어야 합니까?

▶하 원장=보건ㆍ의료, 관광, 교육, 컨텐츠,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부문 등 기존에 선정된 유망서비스 부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부문에 맞춤형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낮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취약합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수출 서비스업’을 육성하기 위해 개방과 경쟁을 촉진하고, 산업기반이 미비한 분야는 재정과 금융 지원을 통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김 원장=우리가 가진 제조업 경쟁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IT 분야 제조업과 연계한 서비스업이 발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비스 전문 기업들과 제조업 강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시키면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원장=서비스업에서도 정부가 나서서 이런 분야가 유망하다고 제시하면서 주도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서비스업에 자유롭게 진출해 투자,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 본연의 역할입니다. 다만 한국 서비스업은 의료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서비스업의 품질, 또는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기업들은 앞으로 품질향상에 역점을 둬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자산 비중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다시 도약하기 위한 묘안은 무엇일까요.

▶하 원장=R&D 효율성 제고를 통해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독일은 중소기업의 R&D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막스 플랑크(Max Plank), 프라운호퍼(Fraunhofer) 등 세계적인 연구개발 기관들이 공동 연구개발 시스템을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시켜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특화하여 지원할 수 있는 ‘공동연구개발 시스템의 구축과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이 원장=중소기업들의 기업환경 개선이 우선입니다. 예를 들면 대기업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등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사회적 가치체계의 변화를 통해 우수 노동인력이 중소기업으로 공급돼야 합니다.

▶김 원장=대기업 의존형 하청기업보다는 ‘자생형 중소기업’이 앞으로 히든챔피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기술력과 품질향상에 꾸준히 노력하는 중소기업입니다. 스스로 기술개발, 시장개척에 나설 수 있는 중소기업들을 선별해 그 기술개발 성과, 시장진출 성과 등에 연계해 지원하는 이른바 ‘성과연계형 중소기업 지원 시스템’이 갖춰지는 게 필수적입니다. 지금처럼 중소기업이 계속해서 정부 지원을 받는 시스템으로는 히든챔피언을 양성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
전통 제조업 구조개혁 압박 심각…빅데이터 등 IT분야 과감히 도입…스마트 제조업으로 거듭나야

-우리나라에서 현재 100년 이상 장수한 기업은 많지 않지만, 일본은 100년 이상 장수한 기업이 무수히 많습니다. 국내외에서 장수하는 기업의 비결은 무엇입니까?

▶하 원장=일본 장수기업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유기술로 소재ㆍ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과 전통문화와 밀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일본의 장수기업은 고유의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술 및 환경적 변화에 대응해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자동차, 바이오 테크놀로지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장수하는 기업, 그리고 앞으로 지속가능한 기업 경영의 공통점은 세상의 변화를 과감하게 수용해 스스로 변신해 온 능력에 있습니다. 기업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꾸준히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언제든지 자기 기업 가치를 올려줄 파트너와 협업할 수 있는 열린 자세가 그 비결입니다.

▶이 원장=우리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창조성입니다. 급변하는 시장을 앞서가기 위해서는 창조적 생각이 중요합니다. 한 기업이 오래 생존하는 것 보다는 기업이 형성되고 또 파산되고 하는 과정들을 제도적으로 수월하게 만들어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015년 현재 1인당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고, 무역 규모 세계 7위, GDP 규모 세계15위입니다. 과거 70년 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했습니다만, 그런데 ‘삶의 질’ 은 아직도 많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무엇입니까.

▶하 원장=장시간 근로 관행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2013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근로시간이 1770시간인데 우리나라는 2160시간으로 멕시코 다음으로 깁니다. 우리나라도 직장인들의 정시퇴근 문화부터 정착되어야 합니다.

▶이 원장=저는 타인과 적당히 상부상조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우리 생각과 자세부터 바꿔야한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풍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공동체를 살리고 삶의 질을 높이려면 반드시 바꿔야 해요. 적당한 상부상조가 아니라, 정확한 규칙과 원칙을 지키면서 자비를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지위에서 오는 권리를 누리기보다, 그 지위가 요구하는 책임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해요.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빈부격차를 줄여나가는 정책을 강화해야 합니다.

▶김 원장=시민의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시민의식을 높인다고 하면, 흔히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가, 사회 속에서 각자가 해야 할 의무와 역할에 대한 철저히 인식하는 것이에요. 이런 의무를 수행할 의지가 있는 시민들이야말로 정책참여, 정부비판도 건전한 수준에서 할 수 있을 겁니다.

정리=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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