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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금 올리고 싶은 大學’…2015 대학 등록금 전쟁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을 올리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대학가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등록금을 동결해 온 대학들은 재정 압박을 토로하고 있지만, 수천억씩 쌓여있는 적립금 등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 때문에 실제 등록금 인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상하려다 실패한 서울대ㆍ이화여대는 ‘파행’=서울대는 지난 6일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를 열고 올해 등록금을 0.3% 인하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애초에 학교 측은 법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최대폭인 2.4%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학생위원들은 오히려 5% 인하를 요구하며 반발해 결국 소폭 내리는 선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학교는 등록금을 올리려다 실패한 꼴이 됐다. 서울대는 “지난 6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 재정 압박이 상당하지만, 학생의 경제적 부담을 우선 고려한다는 인식 아래 등록금 인하를 결정했다” 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 DB사진]

역시 올해 등록금 인상 최대한도인 2.4% 인상안을 들고 나온 이화여대는 학생들이 등심위 참석을 거부하는 등 거센 반발에 부딪혀 파행을 겪고 있다. 이대 측은 “지난 6년간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해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돼 등록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그동안 ‘뻥튀기 예산’을 집행해왔기에 등록금을 인상할 근거가 없다”면서 “학교는 건물 신축도 등록금 인상의 근거로 드는데 그동안 쌓인 건축적립금 등이 이미 많다”고 비판했다.

▶촉각 곤두세운 주요 대학들=고려대와 연세대 등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 대부분은 등록금 문제에 대해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며 조심스런 입장이지만 내심 먼저 칼을 빼든 이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8일 등심위 회의에 참석한 후 “아직까지 학교 측이 수치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올해는 여러가지 정황상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부적으로는 이에 맞춰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세대는 학교 측에서 먼저 동결을 제시한 바 있다.

경희대도 “아직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인상을 시도했다 동결로 선회한 경험이 있기에 올해도 우선 인상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헤럴드경제 DB사진]

한양대 대학본부 관계자는 “아직 속단할 순 없지만 인상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사실”이라면서도 “학교와 학생의 간극이 있다보니 밀당을 하다보면 등심위의 결론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학교 측이 인상안을 고민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대부분 동결로 끝날 가능성 높아=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원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인상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강대 대학본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반값등록금 등 사회적 분위기 영향이 크다”면서 “교수도 100~200명씩 확충했고 등록금 환원율도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아직 인상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 듯 하다”고 귀띔했다.

한국외대는 올해도 학교 측이 애초부터 인상이 아닌 동결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외대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인상은 커녕 동결만 되더라도 학교 측은 다행일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중앙대 관계자는 “대학이 재정 여유가 없는 건 사실이나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학생들도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며 조심스레 말했다.

▶외부 전문가들, “대학 개혁 먼저”=외부에서는 대학들이 구조개선, 예산 투명화 등 스스로에 대한 개혁을 먼저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국내 대학들의 적립금이 총 12조에 달한다. 정말 재정이 열악한 대학들이면 몰라도, 이대 같은 경우도 적립금이 수천억원”이라며 “대학들이 돈이 없다고 하는 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헤럴드경제 DB사진]

이수연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 노력이 교육부의 평가 지표에 들어갔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평가 지표에서 빠졌다”면서 “이렇게 교육부가 등록금에 대해 메시지를 강하게 주지 않다 보니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 목소리가 고개를 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대학이 ‘지난 몇년간 동결해서 힘들다’고 말하면 언뜻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등록금, 적립금 축적, 뻥튀기 예산 등이 여전해 대학의 주장에 호응하기 어렵다”면서 “아무리 어렵더라도 대학이 재정운영 방식을 개혁하고 투명화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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