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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3세 경영인, 세상이 바뀌었음을 알아야 할때
[헤럴드경제=김영상 소비자경제부장]2년도 더 지난 일이다. 재계팀장으로 일하던 기자는 기업 설문조사를 한 적이있다. 궁금한 게 있었다. 사람들이 3세 경영인을 어떻게 생각할까. 질문 항목에 살짝 끼워넣었다. ‘3세 경영인들이 창업주나 2세 경영인에 비해 경영을 잘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이었다. 그렇다(22.8%)고 답한 이는 5명 중 1명에 그쳤다.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60.0%)거나 그렇지 않다(17.3%)였다. 3세 경영인에 회의적인 이유로는 온실 속의 화초, 경영능력 미달(25.7%)이 가장 많았다. 귀하디 귀하게 자라다보니 치열한 환경의 경영리더십이 의문시된다는 것이었다. 충분치 못한 후계수업(22.3%), 리더십 부족(13.1%), 기업가 정신 부족(12.6%) 등은 그 뒤를 이었다. 책임감 부족(4.0%)라는 답도 적지 않았다.

이 설문은 1014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을 본 어느 대기업 임원의 평가는 이랬다. “기업인을 상대로 3세 경영인을 평가했을때도 이런데, 일반 국민을 상대로 했다면 더 나쁜 이미지 결과가 나왔을 것 입니다. 그것이 기업의 고민이자, 숙제인 것이죠.”

‘땅콩리턴(회항)’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소 코너까지 몰렸다. 폭행과 폭언, 강제 회항 지시와 국토부 조사과정에서의 개입 등 혐의는 다양하다.

곱디 곱게 자란 재벌가 딸이 검찰에 들락날락하며 수모를 겪는 과정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게 사실이다. 인간적인 연민도 느껴진다. ‘공주’처럼 살아온 그가 어디 구치소나 수용실을 상상조차 한 적이 있겠는가. 여론의 극심한 마녀사냥으로 한 사람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는 동정론도 존재하는 이유다. 물론 그런 측면을 완벽히 부인할 수는 없다고 본다. 조 전 부사장의 혐의는 앞으로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명확히 가려질 것이다.

기자는 조 전 부사장의 원죄는 ‘시대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 정말 세상은 변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후광으로 천방지축으로 행동하던 시대는 지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반(反)기업정서를 지닌 국민들은 3세 경영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어쩌면 CCTV망보다 더 촘촘하다. 조 전 부사장 사례는 3세 경영인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에게 요즘 사회는 결코 우호적이지는 않다. 대기업의 경영승계 바람과 관련해 더욱 이같은 현상은 강해지고 있다. 경영 승계라는 한국사회 특유의 문화에 대해 옳고 그름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주와 그 바통을 이어받은 2세 경영인들의 과감한 기업가정신과 비전, 리더십을 배우지 못한 3세 경영인이 있다면 대한민국 경제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비전과 리더십도 못배운 상황에서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무소불위 권력만 탐하는 3세 경영인이 있다면 과연 그 기업에 미래가 있겠는가.

3세 경영인들은 피곤한 세상이 됐다고 푸념할지 모르겠지만, 시대는 능력을 검증받은 3세, 권위보다는 소통과 배려에 적극적인 3세 경영인을 원한다. 세상이 바뀌었음을 알아야 한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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