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영리포트> 돈없인 날수없다…승무원의 꿈
예비 승무원, 한달 수강료만 수백만원…그들이 학원으로 가야만하는 까닭은?
사설학원, 권한 막강
사실상 항공사채용 대행사
전형따라 수강생에 가산점도
많은 곳 등록할수록
취업기회 넓어져
두곳에 300만원 이상 투자

月 40만원 개인교습 유행
전현직 승무원이 직접 강의
‘빠른시간에 취약점 보완’유혹



“A 항공사 승무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일단 우리 학원에 다녀야 합니다. 수강료는 150만원입니다.”

과장이나 거짓말이 아니다. 대부분의 외국 항공사들이 승무원 학원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기 때문에 해당 항공사와 연결된 학원 등록은 필수다. 이 학원에 등록하면 최소한 면접까지는 직행할 수 있다. 채용전형에 따라 학원 수강생들에게 가산점을 주기도 한다. 상당수 학원들은 ‘특별채용’ 명목으로 이런 가산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항공사 승무원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승무원들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승무원은 선망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높은 연봉과 복지,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 주위의 동경 어린 시선은 승무원을 향한 꿈을 더욱 부추겼다. 항공사 승무원들은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신랑신부감으로 꼽힌다.

최근 청년 일자리가 줄어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승무원 취업시장은 더욱 달아올랐다.

실오라기라도 잡으려는 승무원 준비 생들은 수백만원 짜리 승무원 학원, 1인당 30만원에 달하는 승무원 그룹과외, 승무 원 전용 메이크업 전문점과 전문 사진관을 찾는다. 고가의 면접 복장을 대여해주는 승무원 복장 대여전문점과 승무원 준비생 전용 스터디실도 최근 등장했다.

승무원 사교육의 정점은 바로 사설학원이다. 승무원 시장에서 학원은 그저 취업을 돕는 사교육 기관이 아니다. 외국 항공사들의 채용을 대행해 직접 승무원을 뽑는 ‘채용기관’이다. 사설학원들은 추천, 특별채용, 채용대행 등 다양한 명목으로 승무원 채용에 관여한다. 아예 노골적으로 수강생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특정 수강생을 바로 항공사에 추천하기도 한다.

승무원 채용 권한이 사설학원에 있다보니, 상당수의 승무원 준비생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수백만원의 돈을 들여 학원에 등록해야 한다. 학원을 단 한군데만 다닐 수도 없다. A항공사는 B학원에, C항공사는 D학원과 채용대행 계약을 맺고 있어서다. 지난해 아랍에미레이트항공, 카타르항공과 같은 외국항공사는 50여 차례 채용을 진행했다. 더 많은 학원에 등록할수록 취업기회도 그만큼 넓어지는 셈이다.

승무원 사설학원과 외항사들의 이같은 관행은 곧 승무원 취업준비생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런 채용대행 학원 두곳에만 등록해도 약 300만원이 훌쩍 날아간다. 일부 준비생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어 항의를 해보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항사들이 채용 및 교육비용을 아끼기 위해 채용을 학원에 위탁한 것”이라며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직 승무원들이 대학생들을 모아 가르치는 개인과외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1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개인과외비는 1인당 30만~40만원선. 빠른 시간에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채용 직전에 특히 인기가 높다. 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출신 승무원들이 퇴직 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현직 승무원들이 근무외 시간에 여는 개인강습도 유행하고 있다. 전직 국적기 승무원은 “특히 외항사 승무원들은 비교적 비행시간이 짧은 편이어서 국내체류 시기에 맞춰 개인강습을 연다”고 전했다.

하늘길은 넓어졌지만, ‘하늘 위의 꽃’ 승무원이 되기 위한 문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승무원 준비생들과 채용대행 사설학원들, 항공사 채용 담당자들을 헤럴드경제 영기획팀이 직접 만나봤다.

김윤희ㆍ박수진 기자/wor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