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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 전통 네덜란드 꽃 경매시장 아성 ‘흔들흔들’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20세기 지구촌 꽃거래의 허브인 네덜란드 ‘알스미어 경매시장’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수백년간 유지돼온 경매 시스템이 경쟁에 직면하면서 대격변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털 혁명’으로 직접 경매시장을 찾을 필요가 없어지고 화훼농가가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비용절감 등을 위해 아프리카 지역으로 이전한 탓이다.

네덜란드 꽃도매협회의 헤르만 드 분 회장은 “100년 이상 유지됐던 시스템이 변화를 맞으면서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화훼업자들은 지난 10년간 유럽을 떠나 더 따뜻하고 비용이 덜 드는 아프리카 지역으로 이주했다.

아리에 반 덴 베르그는 “에너지 비용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장미 재배지를 케냐와 중국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에서 재배된 장미는 네덜란드 경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독일의 대형 슈퍼마켓인 리들이나 영국 테스코와 직거래된다. NYT는 “이들이 하루하루 경매시장의 변동성보다 고정 계약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유럽 중소 화훼농가에 타격을 줬다. 네덜란드 및 해외 화훼농가를 대표하는 플로라홀랜드협동조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새 회원수가 5100명에서 4600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flirtyfleurs.com]

NYT는 “한번에 120만개 튤립을 키우는 트리프로르 같은 대기업은 성장한 반면 중소 화훼농가는 비싼 온실 등에 의존하면서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5년새 꽃재배 수익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간 41억유로에서 45억유로로 늘었다. 거래된 나무와 꽃 규모도 120억4000만개에 달했다.

튤립 재배 대기업인 트리프로르의 기르트 하게만은 “유로존 부채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것 같지는 않다”며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름 휴가와 저녁 외식을 줄이는 대신 집에 머물면서 적은 비용으로 호화로움(꽃)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에서 집에 꽃이 없으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 같이 느낀다”고 덧붙였다.

화훼 대기업의 선전으로 네덜란드 전체 꽃거래은 유지됐지만 알스미어 경매시장을 거쳐가는 꽃 규모는 급감했다. 플로라홀랜드가 신선도 유지를 위해 알스미어경매시장에 꽃을 보내지 않은 것이 직격탄을 날렸다. NYT는 “이같은 움직임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알스미어경매시장에 들어오는 꽃 규모는 지난해 반토막이 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화훼산업의 네덜란드 주도권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테르담경영대학의 에릭 반 헤크 교수는 “네덜란드의 꽃경매가 쇠퇴할지는 모르지만, 오랫동안 강성했던 운송과 금융부문에서의 네덜란드 지배력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화훼산업은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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