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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의 오판…부메랑 된 크림병합 도박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러시아 경제가 16년 만에 국가부도의 벼랑 끝에 내몰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오판이 오늘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푸틴 대통령을 떠받쳐온 양대 축인 에너지와 외환보유고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지난 2월 고문들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따른 경우의 수를 계산했으며, 러시아 경제가 서방 제재에 버틸 수 있을 것으로 결론 짓고 합병을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상황에 정통한 크렘린궁 관계자들은 이 같은 논의가 소치 동계올림픽이 개막한 2월 7일부터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 대통령이 실각해 종적을 감춘 22일까지 여러 번에 걸쳐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후 러시아는 3월 18일 크림 합병조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게티이미지]

푸틴 대통령이 서방 제재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배경에는 국제유가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있었다.

석유는 러시아 경제의 원동력이다. 석유ㆍ천연가스는 러시아 전체 수출의 60%, 국가재정의 50%를 차지한다.

때문에 유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탔던 푸틴 정부 1ㆍ2기 8년(2000~2008년) 동안 러시아 경제는 매년 7%대의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소련 붕괴 이후 파탄난 경제를 되살려냈다는 성과는 푸틴 대통령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사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등은 지난 2월만 해도 배럴당 100~11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다. 이 같은 가격대는 6월까지 이어지며 그대로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유 공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유지 결정에 세계경제 둔화 장기화 전망까지 덮쳐 유가는 곤두박질쳤다. 2009년 7월 이후 5년 만에 심리적 저지선이던 60달러선도 내줬다.

뿐만 아니라 유가 폭락은 세계 6위 수준인 러시아의 외환보유고에도 잿빛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12월 5일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4160억달러(약 455조5200억원)이지만, 블룸버그는 “예상보다 빠르게 바닥을 보일 것”이라면서 “러시아 국민들은 이미 공황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에게 외환보유고는 힘의 원천이나 마찬가지였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지난 14년 간 축적한 외환보유고는 정치적 권력과 동의어”라고 증언했으며 토니 브렌턴 전 주러 영국대사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자신감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외환보유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약 328조5000억원)를 돌파한 2007년, 푸틴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판하기 시작했으며, 사상 최고치(5980억달러)를 기록한 2008년엔 조지아를 침공했다.

러시아 정부는 저유가로 인한 루블화 추락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870억달러(약 95조2650억원)를 쏟아붓고 기준금리를 17%로 전격 인상했지만, 사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내년 발생하는 예산 결손액은 1조달러(약 1100조)이며,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국가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

모스크바 소재 가이다르 경제정책연구소의 키릴 로고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통제불능의 충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푸틴의 경제모델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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