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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햄릿’ 오바마가 달라졌다
이민개혁법 강행·고문보고서 공개 이어
53년 앙숙 쿠바와 국교 정상화 선언
임기말 ‘정치적 유산’ 남기기
디폴트 위기 러시아 압박 등
다목적용 카드로 해석



우유부단 ‘햄릿’ 오바마가 달라졌다. 이민개혁법 강행, CIA 고문 보고서 공개에 이어 53년 앙숙인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까지 전격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특별 성명을 내고 “미국은 대(對) 쿠바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961년 미국과 쿠바와의 국교단절 이후 거의 반세기만의 해빙무드로, 구소련 붕괴 이후 냉전갈등의 역사적 종착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 중간선거를 마친 상황에서 야당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이같은 초강수를 둔 것은 무엇보다 임기말 ‘정치적 유산(legacy)’ 남기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것은 커다란 외교적 성과로 후대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여겨졌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종결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으로 무위로 돌아간데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상ㆍ하 양원을 공화당에 내준 역사적 참패로 국내 이슈로는 치적을 남길 수 없다는 한계가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 쿠바와 관계개선은 지정학적 이점이 크다. 중남미가 글로벌 경제성장 거점으로 기대되는 만큼 미국과 중남미를 연결하는 쿠바는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과 러시아가 중남미에 눈독 들이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남미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쿠바와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는 미국내 쿠바계 이민자가 해마다 증가하는 것도 한몫했다. 중남미 히스패닉계가 선거의 최대 유권자층으로 올라섰고 쿠바계 이민자 대책도 정치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다목적 카드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여름 14년 만에 쿠바를 공식 방문해 다양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쿠바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과 쿠바의 관계개선을 환영하긴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서방의 대러제재와 유가폭락에 이어 쿠바까지 선점함으로써 푸틴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의 ‘쿠바 프렌들리’는 북한에도 강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전 “이란, 쿠바, 북한 정상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쿠바는 북한과 ‘형제국가’로 불릴 만큼 닮은꼴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對) 쿠바 봉쇄정책이 ‘실패’였다는 것을 공식 인정한 것은 다음 ‘착점’이 북한이 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로 풀이된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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