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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상보다 온화한 ‘비둘기’ 옐런…‘인내심’ 문구 10년전과 닮은꼴
Fed “美 금리인상 내년 4월 이후” 의미
첫 금리인상 내년 9월 가능성


‘비둘기 옐런이 저유가 쇼크와 불곰의 디폴트 우려를 잠시나마(?) 잠재웠다’.

저유가 쇼크와 러시아 디폴트(국가부도) 우려로 파랗게 질려있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온건한 미국 중앙은행의 금융ㆍ통화정책 기조가 발표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셨다.

하지만, ‘시한 폭탄’ 러시아의 디폴트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88.00포인트(1.69%) 오른 17,356.87로 마감했다. 4거래일만의 반등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40.15포인트(2.04%) 상승한 2,012.89를, 나스닥 종합지수는 96.48포인트(2.12%) 오른 4,644.31을 각각 기록했다.

▶‘비둘기’로 기운 옐런=금융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6년째 지속돼온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에 일단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는 반응이다.

금리인상 폭과 시기가 구체화 되며 연준이 ‘매파적 접근’을 할 것이라는 관측은 가라앉았다.

특히 재닛 옐런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4월 이후’로 제시한데 대해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더 온건했다’는 평가를 냈다.

Fed 위원들이 새로 제시한 내년 목표금리가 지난 9월보다 낮아진데다가, 현행 초저금리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상당 기간’이라는 말도 성명에 그대로 남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FOMC 정례회의가 1월과 3월 다음에는 4월에 열리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금리인상이 내년 4월 이후에 가시화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보고, 첫 금리 인상은 내년 9∼10월께 이뤄질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언급한 것과는 별도로, 이날 발표된 연준의 성명에 담긴 Fed 위원들의 내년 기준금리 전망치는 지난 9월 발표 때보다 낮아졌다.

Fed 위원들이 제시한 내년 말의 기준금리는 지난 9월의 1.27%에서 1.125%로 낮아졌고, 지난 9월에 내년 말 기준금리를 2.75∼3% 범위로 제시한 위원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회의 때는 모든 위원들이 2% 이내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내년에 금리인상이 이뤄지더라도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상승폭이 줄어들 수 있음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내년에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Fed 위원이 지난 9월의 14명에서, 이번에는 15명으로 늘어난 점은 2008년 12월 이후 시작된 0∼0.25%의 초저금리 정책이 내년 중에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날 Fed 성명에 ‘인내심’이라는 새로운 선제 안내(포워드가이던스), 즉 기준금리 변경 시점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문구과 함께 ‘상당 기간’이라는 말이 완전히 삭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정확한 금리인상 시점은 오히려 더 모호해졌을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날 Fed 성명 발표 직전까지도 ‘인내심’이라는 말이 ‘상당 기간’ 문구를 완전히 대체함으로써 기준금리의 내년 중반 상승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 전문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상당기간→인내심 갖고’ 10년전과 닮은꼴 행보=Fed의 이번 결정은 10년 전인 2004년 6월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였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보냈던 신호와 흡사하다.

2000년대 초반 아시아발(發) 경제 위기와 뒤이은 2001년 9ㆍ11 사태로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 치자 FRB는 2000년 5월 6.5%로 최고치였던 금리를 이듬해 1월 FOMC 회의 때 6%로 0.5%포인트 내리고 나서 그해 12월 1.75%까지 인하했다.

미국 기준금리는 이어 2002년 11월 1.25%, 2003년 6월 1%로 떨어지면서 1958년 이후 4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FRB는 이후 미국의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일자 시장을 안심시키고자 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지금처럼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period)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표현을 넣었다.

이 표현이 사라진 것은 2004년 1월 FOMC 회의 때다.

FRB가 공식 성명에서 이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대신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는 완곡한 언급으로 대체함으로써 서둘러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FRB 의장도 의회 청문회 등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꾸준하게 제시하면서도 시장 충격을 줄이고자 “인플레이션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고 노동시장 등에 잉여의 문제가 있어서 금융 완화 조치를 해제하는 데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성급한 금리 인상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그 해 5월 회의에서 이 표현도 사라졌다. 1%의 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인내심’ 부분을 넣지 않은 것이다.

다만, “저금리 정책이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로 제거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기와 폭은 시장이 충분히 대비하고 예측할 수 있게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FRB는 그러고 나서 바로 다음 달인 6월 FOMC 회의에서 1%인 기준금리를 1.25%로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어진 FOMC 정례회의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상향조정함으로써 2006년 6월 5.25%까지 끌어올렸다.

따라서 향후 미국 경기·고용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Fed가 10년 전 FRB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면 내년 6월 FOMC 회의쯤 ‘인내심’ 표현이 사라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돼 단계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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