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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피로 물든 초록색 교복…TTP<파키스탄 탈레반>, 8시간 잔혹한 학살극 교사·학생 260여명 사상
파키스탄 탈레반(TTP)이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북서부의 한 학교를 공격, 학생과 교사 등 140여명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테러 행위에 국제사회가 경악하고 있다.

파키스탄 군복으로 위장한 반군은 폭탄을 두른 조끼를 입고 16일 오전 10시30분께 학교 후문 쪽을 차량으로 폭파시킨 후 총을 쏘며 건물 안으로 들이닥쳤다. 폭발한 차량 쪽으로 경비원들이 몰린 사이 괴한들은 학교 건물 벽을 타고 올라왔다.

파키스탄군은 이들이 수일 치 사용할 수 있는 탄약과 무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애초부터 학살이 목적이었지 살아서 나갈 생각도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인질을 잡지도, 별도의 요구를 하지도 않은 채 총을 무차별 난사하면서 ‘인간 사냥’을 시작했다.

당시 학교에는 8∼10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거나 강당에서 특강을 듣고 있었고, 일부는 교실에서 파티를 열고 있었는데 이들이 괴한들의 ‘표적’이 됐다.

총소리에 놀란 학생들은 책상과 의자 밑으로 몸을 숨겼지만, 괴한들은 교실마다문을 부수고 숨은 학생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총알을 쏟아부었다.

이 학교 9학년 학생인 아흐메드 파라즈(14)는 “괴한들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고 그중 한 명이 ‘많은 어린이가 의자 밑에 숨어 있으니 죽여라’고 말했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강당에 있던 파라즈는 어깨에 총을 맞고 의자 아래에 몸을 숨겼다가 괴한들이 다른 교실로 이동한 틈을 타 탈출했다.

또 다른 학생은 “강당에서 대령으로부터 응급처치 교육을 받던 중 그들이 쳐들어와 총을 쏘고 폭발물을 터뜨렸다. 대령은 물론 내 앞에서 40∼50명이 죽는 걸 봤다”고 처참했던 상황을 전했다.

다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살아난 샤루크 칸(16)은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당시 공포를 떠올렸다.

“큰 검은 군화를 신은 사람이 학생들을 쫓아 총으로 죽였어요. 전 눈을 질끈 감고 죽은 척하고 있었어요. 온몸이 벌벌 떨려 비명을 안 지르려고 교복 넥타이로 입을 막았어요.”칸은 또 한 여교사가 손에 총을 맞고 비명을 지르자 괴한이 다가가 아무 소리가들리지 않을 때까지 총을 난사했다고 덧붙였다.

테러범 일당이 교사를 산채로 불태우고 학생들에게 그 모습을 보도록 강요했다는 생존자 증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NBC 방송에 “테러범들이 교실에서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교사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과 익명으로 인터뷰한 한 학생은 “괴한들이 움직이는 사람한테는 무조건 총을 난사했기 때문에 책상과 의자 아래에 숨죽여 숨었다”고 말했다.

‘악몽’이 시작된 지 15분가량 만에 파키스탄군이 현장에 도착, 진압을 시작했지만, 이 학교 학생들이 입은 초록색 교복은 이미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파키스탄군 대변인 아심 바즈와 소장은 “아이들이 피를 뒤집어쓴 채 서로 엉켜 쓰러져있었다”고 CNN에 말했다.

병원에 실려온 사상자들은 대부분 10∼16세 사이의 청소년이었다.

14살 아들을 잃은 타히르 알리는 “아침에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는데 지금 관 속에 있다. 아들이 내 꿈이었는데 내 꿈이 살해됐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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