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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사까지 전쟁터로…우크라 내전 사망자 4700명
[헤럴드경제=문영규ㆍ강승연 기자]“기독교인으로서 신께서 주신 이 땅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자원입대자들 사이에서 ‘아버지’(padre)라고 불리는 목사가 있다.

세르게이 루터는 우크라이나군 드니프로-1대대 소속으로 한때는 오순절교회 목사였지만 지금은 자신의 경력과 가족들을 모두 버리고 부대에 합류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교회 목사로 전장에 나와 칼리슈니코프 소총을 들고 분리주의 반군과 맞서 싸웠고 결국 포탄에 맞아 숨졌던 루터의 사연을 소개했다.

루터는 “분쟁으로부터 도망칠 곳이 없음을 알게됐다”며 전쟁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봄, 러시아군이 자신의 고향에 쳐들어왔고 신도들을 구타하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말투와 행동으로 봤을때 러시아인이 분명했다”며 “그들은 우리 지역에 질서를 가져오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루터의 신도이기도 했던 몇몇 중년층 남성은 준군사조직에 자원하기도 했으나 귀향한 이들도 있고 몇몇은 숨지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아니면 다른 누가 하겠나”라며 “우리가 아직 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젊은이들을 보내야겠나”고 말했다.

이렇게 말했던 그는 지난달 22일 밤 세상을 떠났다. 그는 피스키 마을에 투입됐고 동료와 함께 전선 사이에 위치한 중립지대 인근 버려진 집에 숙영지를 꾸렸다.

그러나 곧 포탄이 빗발치듯 쏟아졌고 루터가 숨어있던 방을 직격했다. 포탄에 사망한 것이다. 그와 함께 지냈던 그리고리 마티아쉬는 NYT에 “우리 모두 그를 존경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자원 입대자들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대대는 30개에 달한다. 수는 대략 1만5000~1만8000명 정도다. 이들 중 드니프로-1대대는 도시 이름인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를 따 만든 부대다.

드니프로-1대대는 다양한 자원입대자들이 모인 독특한 부대다. 우크라이나 서부에서 온 사람들도 있고 평생 러시아어를 쓴 루터같은 사람도 있다.

이 부대 대원들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분리주의 반군과 싸우고 있지만 러시아어로 명령을 주고받고 무선 송수신도 러시아어로 한다. 농담도 러시아어로 한다.

자원입대자들은 정규군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의복을 공급한다. 심지어 무기도 조달하는 병참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동부 분리주의 반군 세력과의 싸움이 점차 늘면서 이들과도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교전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470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3명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는 꼴이다. 향후 본격 겨울 한파가 몰아치면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우려가 고조된다.

NYT에 따르면 유엔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서 촉발한 정부군과 반군 간 전쟁으로 군인과 민간인 최소 4707명이 사망하고 1만322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했다.

또 정부군과 반군 세력이 휴전협정을 체결한 지난 9월 5일 이후 1357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돼 양측의 휴전 의지에 의문부호를 붙게 했다.

특히 동부 지역에서 교전이 격화되면서 민간인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이 이번 유엔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사진>전선의 우크라이나군. [사진=게티이미지]

11월 한 달 동안에만 시가지에서 무려 100차례 이상의 무차별 폭격이 발생했다. 반군 근거지가 있는 도네츠크에선 축구장이 폭격을 당해 그곳에 있던 어린이를 포함한 2명이 사망했다. 인근의 홀리브카 시에선 포격으로 어린이 2명을 비롯한 민간인 5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지아니 마가제니 대표는 친러 무장단체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을 자체 선포한 지역에서 “살인과 납치, 고문, 학대, 성폭력, 강간, 강제노동, 몸값 요구, 고문 등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떠나지도 못하고 원치 않는 일도 강제로 하면서 거의 인질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는 동부 반군 점령지에 남아있는 500만명에 이르는 민간인들이 정부가 보건ㆍ교육 등 공공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전기와 가스가 끊겨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가 6개월 간 끊겨 수도 공급이 멈추고 통신이 두절되는 곳도 있었다고 지적됐다.

그밖에 보고서는 지금까지 동부지역에서 피란한 주민은 100만명 이상으로, 그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러시아나 다른 유럽 국가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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