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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둔형 범죄자 ‘외로운 늑대’, 그들은 왜 세상에 나왔나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이번에도 단독 범행이었다.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도심카페에서 17시간 가량 인질극을 벌이다 사실된 만 하론 모니스(50)는 조직적인 테러그룹 가담자가 아닌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단순 ‘은둔형 범죄자’ 모습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 들어 벨기에 브뤼셀(5월), 캐나다 오타와(10월), 미국 뉴욕(5월)에서 발생한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격 사건의 범행자들 역시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외피를 두른 외톨이형 범죄자 부류였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16일 “인질범은 오랜 폭력전과가 있고,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해 있었으며 정신적으로 불안한 사람이었다”며 “자신의 행동을 ‘이슬람세력(IS)’ 처형 숭배의 상징으로 감추려고 했다”고 말하며 이번 인질 사태를 ‘테러리즘’이 아닌 ‘사회적 범죄’로 치부했다.

모니스는 인질을 붙잡은 상태에서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IS’의 국기를 달라고 하거나,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전화통화를 요구하긴 했지만 뚜렷한 정치적인 목적의 요구는 없었다.

* 사진설명=호주 시드니서 인질극을 벌이다 살해된 만 하론 모니스, 10월 캐나다 오타와 국회의사당 총기난사 주범 마이클 제하프-비보,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8명을 총격 살해한 메디 네무슈가, 10월 뉴욕에서 경찰 4명에게 손도끼를 휘두른 제일 톰슨.(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출처=텔레그래프]

▶모니스는 누구?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AFP통신 등에 따르면 모니스는 1996년 호주로 건너 온 이란 난민 출신으로, 전처 살해 공모, 27살 여성 성폭력 등 50여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가장 최근에는 2007년 자카르타 폭탄 테로로 숨진 호주 군인의 유가족에게 2009년 모욕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낸 혐의로 기소돼 작년 8월 유죄판결을 받았고, 지난주 대법원으로부터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고 보석으로 풀려났다.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자신은 과거 교도소에서 수감됐을 때 고문과 가혹 행위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온 몸에 쇠사슬을 두르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의 개인 웹사이트로 미뤄, 그는 비상식적 극단주의 사고로 가득차 있었다.

그의 웹사이트에는 사망한 아랍 어린이들 사진 이미지가 걸려 있고 “미국과, 호주를 포함한 그 동맹국들이 벌인 테러의 증거, 그들의 공습 결과”라는 설명이 달렸다. 시아파에서 ‘IS’의 수니파로 개종했다는 그는 “한 때 라피디(거부파ㆍ알리의 선임 칼리프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종파를 욕되게 부르는 말)였지만 지금은 더이상 아니다. 나는 무슬림, 알함두 릴라”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자신을 흑마술을 다루는 ‘영적 치유자’로 ‘지도자’로 부르는 그는 일련의 기소 사건들은 “무슬림 행동주의를 억압하려는 정치적 사건들이지 진짜 형사 사건은 아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두 자녀가 있는 모니스는 또한 “정부가 아이들을 데려갔으며, 만나게 해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모니스의 전 변호사였던 매니 팬디치스는 “그는 제멋대로인 사람이다. 조직된 테러리즘이나 행동이 아닌, 결함있는 개인이 저지른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 ‘외로운 늑대’ =반사회적인 성향과 IS의 극단주의가 섞인 ‘외로운 늑대’의 범행은 시리아 공습과 관련한 서방 국가에 새삼 안보 위협꺼리로 떠올랐다.

앞서 5월 벨기에 브뤼셀 유대 박물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4명을 숨지게 한 유대계 프랑스인 메흐디 네무슈(29)는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함께 1년 가까이 활동하고 유럽으로 돌아와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10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의사당을 공격한 마이클 제하프-비보(32), 몬트리올에서 차로 군인 2명을 향해 돌진해 1명을 사망케 한 마르탱 쿠튀르 룰로(25) 모두 이슬람 개종자였다.

같은 달 미국 뉴욕에서 경찰 4명에게 손도끼를 휘두른 제일 톰슨은 2년전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며 IS가 만든 참수 영상 등을 보며 스스로 과격해진 인물이었다.

‘외로운 늑대’들은 무슬림에 대한 차별, 주류 사회에 진입하지 못한 좌절 등을 겪다, 주로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지고 과격한 범행까지 저지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전략및국제연구센터의 테러 전문가 토마스 샌더슨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이들의 상당수는 무슬림으로서 포위됐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일부는 전장에 나갈 돈이 없고, IS가 있는 지역으로 비행기를 탔다가는 붙잡힐 수도 있어서 현지에서 뭔가를 벌이고자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정한 테러 조직과 연계하지 않고 자기 혼자, 가정 내 단순한 무기로 공격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범행을 사전에 차단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로 꼽힌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라파엘로 판투치 연구원은 “단독 모의는 잡아내기 힘들다”며 “정보 당국은 주로 테러 용의자들이 서로 통신하는 것을 도청하는데, 서로 얘기하지 않고 집에서 칼 같은 무기로 공격 계획을 세운다면 찾아내기 훨씬 힘들다”고 지적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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