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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식열전] 직언이 어려우면 아부를 하라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한비자(韓非子) 세난(說難) 편은 생사여탈권을 쥔 군주를 신하가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가르쳐준다. 군주가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은 칭찬하고 부끄러워하는 부분은 감싸주라고 했다. 군주의 사심에 따른 행동도 마치 공적으로 타당한 것처럼 포장해 주라고 충고한다. 심지어 군주가 하려는 게 위험하고 해로운 일이라도 세상의 비난이 있을 것임을 ‘은연중’에 알려주라고 할 정도다. 군주의 심기를 건드리다 일을 망치지 말고 끝까지 잘 달래라는 뜻이다.

역사 속에는 군주의 허물을 바로잡으려다 목숨을 잃은 신하들이 숱하다. 이들을 충신이라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군주를 끝내 바로잡지 못한, 그리고 군주를 잘못 택한 죄인일 수도 있다. 잘못된 선택도 잘못이다.

그럼 윗사람 비위 맞추고 아부나 하라는 게 한비의 가르침일까?

한비는 첫 편 난언(難言)편에서 “충언은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전도되는 것이어서 현명한 군주가 아니면 바로 듣지 못한다”면서 “높은 선비들이 불행히도 미혹한 임금을 만나 죽은 것은 그만큼 어리석은 자를 설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신하가 군주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이유는 군주가 어리석은 탓이다. 어리석은 군주일수록 신하는 더 비위를 잘 맞춰야 한다. 결국 군주 입장에서 신하의 입에서 듣기 좋은 말만 들린다면 그만큼 자신이 어리석다는 꾸짖음을 듣는 셈이다. 군주와 신하의 입장 모두에서 정치를 조망한 한비의 식견이다.

옛날 군주와 신하의 관계는 오늘날 경영주와 피고용자의 관계와 거의 같다. 최근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사태를 두고 왜 내부의 직언이 없었는 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군주에 간언하는 만큼이나 총수 일가에 직언하기도 어렵다. 용기 내봐야 결국 일자리만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 속한 조직을 한 번 되돌아 보자. 과연 어떨지. 내가 빠진 국가나 기업이 잘 돼봐야 무슨 소용인가. 섣불리 직언하느니 차라리 잠자코 있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런데 군주와 총수가 이같은 침묵을 흡족해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고집불통을 우월감으로, 잔인함을 단호함으로 착각하는 꼴이다. 간언하면 죽이고 직언하면 잘라 내 소신의 씨를 마르게 하는 것은 자해(自害)와 다름 없다.

목숨과 일자리를 건 간언과 직언이 난무하는 비장한 조직도, 침묵한 채 그저 햇빛과 물만 기다리는 식물 같은 조직도 모두 좋지 않다. 정당한 의견 개진이 감정적 인사조치로 이어지지 않고, 괘씸함과 불만만 가득하기 보다는 고백과 토로가 자유로운 조직이 바람직하다. 모두에게 내 나라, 내 회사여야 화식(貨殖)도 의미가 있다. 주종(主從)의 이해가 엇갈리는 화식은 오히려 약탈에 가깝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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