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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악물었지만… 송가연 “항복 안 했다”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안 걸렸어요. 안 걸렸는데…”

종합격투기대회 로드FC 020에서 일본의 강자 타카노 사토미(24)에 분패한 ‘미녀 파이터’ 송가연(20ㆍ팀원)은 케이지를 퇴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촉촉한 눈망울과 가늘게 떨리는 음성에선 진한 아쉬움이 뭍어났다. 그 아쉬움은 이기지 못 했다는 아쉬움만은 아니었다. 심판의 제지가 없었다면 더 경기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14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린 이번 경기에서 송가연은 1회 4분29초만에 TKO패했다. 데뷔전 승리에 이어 2연승에 도전했던 송가연의 전적은 이로써 1승1패가 됐다. 전쟁의 화신처럼 투지를 불살랐지만 끝내 기술의 벽을 넘지 못 했다. 하지만 금속이 연마와 담금질을 통해 더 강해지듯, 송가연으로서도 배울 것을 많이 건진 유익한 패배였다.

송가연(오른쪽)이 강력한 라이트훅을 날리고 있다. 사진=윤여길 헤럴드스포츠 기자

▶탭 안 하고 버틴 송가연, 경기 중단시킨 주심=스탠딩 공방에서는 아마추어 킥복싱 전적을 지닌 송가연이 브라질유술(주짓수)과 유도를 베이스로 한 타카노보다 한 수 위였다. 타카노가 기세 좋게 러시해 들어올 때 날린 스트레이트 두 방은 타카노의 턱을 두 차례나 하늘로 향하게 했다. 만약 이런 흐름이 좀 더 지속됐다면 송가연이 유리한 흐름을 탈 수 있었다.

타카노 사토미의 안면에 정확한 라이트스트레이트를 꽂고 있는 송가연. 이 펀치에 타카노의 턱이 하늘로 들렸다. 사진=윤여길 헤럴드스포츠 기자

그러나 8전 경험의 타카노는 노련했다. 타격의 수세를 인정한 뒤 곧바로 그라운드 작전으로 형세를 변환했다. 클린치로 송가연의 몸을 붙든 뒤 유도식 메치기로 순식간에 송가연을 바닥에 뉘였다. 이후 백초크 시도에 이은 풀마운트 포지션을 점유한 뒤 스트레이트암바로 송가연의 팔꿈치 관절을 꺾었다. 송가연은 탈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 과정에서 작은 해프닝이 벌어진다. 송가연이 왼 손으로 타카노의 몸을 세 차례 두드린 것을 탭(항복의사 표시)으로 오인한 타카노가 붙든 팔을 일시적으로 풀어준 것이다.

송가연은 이 틈에 위기를 넘겼지만 송가연의 목을 뱀또아리처럼 감싸고 있던 타카노의 양 다리는 풀리지 않았다. 타카노는 다시 자세를 고쳐잡더니 작정한 듯 키무라(로 키락) 관절기로 송가연의 팔꿈치 관절을 180도 회전시켰다. 보기만 해도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위험천만한 각도로 팔이 뒤틀리자 주심이 순식간에 파고들어 팔을 푼 뒤 양손을 교차시키며 흔든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경기를 중단시킨 TKO 판정이었다.

송가연은 이 때도 상대 몸을 두드리는 듯한 동작을 취해 항복 의사를 표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탈출하려다 나온 동작으로 송가연 본인은 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타카노 언니. 나 좀 놔주세요.’ 송가연(앞)이 백포지션에서 상대선수 타카노 사토미의 리어네이키드초크(목조르기) 기술을 방어하고 있다. 사진=윤여길 헤럴드스포츠 기자

송가연은 라커로 들어가며 “기술에 걸리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자 “안 걸렸다”고 분명한 어조로 밝혔다.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킨 직후 일어나며 심판에 했던 어필도 마찬가지의 항변이었다. 상대 타카노의 승리를 축하해 주지 않고 케이지를 떠난 것은 이같은 속상함이 작용한 탓이다.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 투지 자체는 높이 살 만 했다. 하지만 몸을 크게 상하면서까지 투지를 앞세워선 안 된다. 대개 여성 선수들은 남성보다 몸이 훨씬 유연해서 그로테스크한 각도로 팔이나 다리 관절이 꺾여도 큰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정 한계각도를 넘는 순간 인대 절단이나 골절 등 심한 부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당시 주심의 경기중단 조치는 매우 적절했다는 평가다. 기술에 걸린 선수가 자의로 항복의사를 밝히지 못 하는 상황에서나, 위험한 상황이 됐는데도 항복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 선수 보호 차원에서 주심이 TKO 선언을 할 수 있다.

타카노 사토미(위)가 그립을 맞쥐어 버티고 있는 송가연의 오른손을 풀어내며 키무라 락(로키락)을 걸고 있다. 사진=윤여길 헤럴드스포츠 기자

▶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송가연, 더 성장한다=이날 경기 패배는 송가연에게 새로운 도전 목표를 줬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상위권으로 봐도 좋은 타격 능력과 완력은 데뷔전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됐지만,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과 그라운드 능력은 많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노출됐다. 송가연에게 이를 보완할 과제가 떨어진 셈이다.

대회사로서도 송가연의 현재 수준을 확인한 만큼, 더 재미있는 매치업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 어차피 계속 키워나갈 유망주인 만큼 엎치락뒤치락 할 수 있는 수준의 대결 상대와 붙여 그의 기량 발전과 흥행을 함께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가연은 파이터로서 일천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준연예인급의 뛰어난 미모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선수다. 파이터로서 혈기뿐 아니라 연예인스런 끼도 갖춰 방송과 미디어의 끊임 없는 구애를 받고 있다. 이렇게 벼락스타가 되는 과정에서 안티팬도 적잖이 생겨났다. 파이터란 겉모습을 내걸며, 실은 연예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비록 이번 경기에 패했지만 불굴의 투지와 호쾌한 타격공방으로 명실상부 파이터다운 모습에 더욱 다가가고 있는 송가연이다.

한편 이 대회에서 격투기 해설자 김대환 씨는 일본계 브라질 파이터 더클라스 코바야시를 카운터 라이트훅으로 잠재우며 로드FC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챔프 이길우와 이윤준의 밴텀급 타이틀전에서는 이윤준이 하이킥에 이은 파운딩 러시로 TKO승하며 새 챔피언에 올랐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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